[싱가포르 엘바 이스턴 공장 르포]금융·물류서비스 중심서 화학산업 허브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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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지난달 27일 오전. 싱가포르 남서쪽에 자리잡은 주롱섬의 엘바 이스턴공장 준공 행사장에선 굵게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불구하고 회사 관계자, 정부 관료들과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취재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다국적 화학그룹인 바스프와 석유기업인 셸이 손잡고 아시아 최대 규모의 화학공장을 준공하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서다.

두 회사가 2000년 초부터 5억달러(약 6천억원) 이상을 투자해 이날 1단계로 준공한 이 공장의 굴뚝에선 벌써 쉼없이 연기가 피어 오른다. 이곳에선 일상생활 용품과 건축자재의 생산에 필요한 기초 화학제품들(스티렌 모노머·프로필렌 옥시드)이 연간 80만t씩 생산될 예정이다.

위르겐 함브레히트 바스프 그룹 차기회장은 "이번 공장준공으로 싱가포르는 화학산업의 전세계적인 허브로 다시 태어났다"고 선언했다.

이 공장이 싱가포르에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기존 금융·물류서비스의 중심국가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화학산업의 생산기지로 변신하겠다는 구상의 첫 결실이기 때문이다. 환경문제를 이유로 기존 공장의 증설조차 어려운 한국과는 전혀 딴판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1998년부터 일곱개 섬을 연결한 간척지에 공단을 조성하고 세계적인 화학기업의 아시아생산 기지를 유치하기 시작했다.

지난 4년간 싱가포르는 2천7백90㏊에 이르는 간척사업에만 약 70억 싱가포르달러(약 4조9천억원)를 쏟아부었다. 또 공단과 본토를 연결하는 8개의 간선도로 건설과 공단 입주기업들의 네트워크화에 추가로 약 1조4천억원을 투자했다. 공단에는 첨단시설의 공장에다 화학산업의 역사와 단지 내 입주업체를 소개하는 종합안내 정보센터(www.jurongisland.com), 입주업체를 위한 훈련센터, 은행, 의료시설, 식당 등 각종 완벽한 지원시설을 갖췄다.

셸사의 에버트 헹케스 사장은 "공장의 입지로 완벽한 사회간접자본과 정부의 투명성, 숙련된 노동력을 갖춘 싱가포르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미 주롱섬에는 전체 공단의 조성이 완료되는 2003년을 앞두고 엑손 모빌과 덴카·아토피아 등 석유화학과 관련된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이 속속 몰려들고 있다.

조지 여 싱가포르 무역·산업부 장관은 "이웃 공장간 연계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올릴 수 있도록 화학관련 산업을 집중 유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롱(싱가포르)=유권하 기자

kh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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