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후세인 암살' 독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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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극도의 증오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1일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후세인 암살을 기대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이라크 전쟁 비용에 관한 질문에 답하면서 "만일 이라크 국민이 그 일(암살)을 한다면 총알 한개의 비용이 (전쟁보다)훨씬 싸게 먹힐 것"이라고 돌출성 발언을 했다. 폭탄 발언에 놀란 기자들이 "행정부가 진심으로 후세인 암살을 지지한단 말이냐"고 묻자 대변인은 "어떤 형태로 이뤄지든 정권교체는 환영"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또 "편도 비행기표 값도 전쟁보다는 훨씬 싸다"며 후세인의 망명을 기대하는 말도 했다. "그러면 미 정부가 편도 비행기표를 지원할 용의가 있는가"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그렇게 해서 후세인이 사라진다면 그것도 정권교체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일국의 국가원수 관저 브리핑에서 외국 국가원수 암살 얘기가 등장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암살 희망'에 따른 파문이 계속되자 플라이셔 대변인은 일부 기자들을 따로 불러 "부시 행정부의 정책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탄환 비용을 수사학적으로 표현하면 그렇다는 얘기"라고 둘러댔다. 그러면서도 "이라크 국민들이 자기들 손으로 그 일을 해낸다면 전 세계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부시 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이라크 국민과 군부가 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저없이 말하고 있다"며 이라크 국민의 '거사'를 독려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ji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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