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 의원 성희롱 발언 했어요” 학생들, 검찰 진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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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강용석 의원이 기자회견을 한 뒤 국회 정론관을 떠나고 있다. [김형수 기자]

검찰이 강용석(41·서울 마포을) 의원의 성희롱 발언과 관련해 피해 학생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검찰 조사에서 학생들은 “강 의원이 성희롱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진술했다. 서울서부지검은 강 의원의 성희롱 발언이 나온 저녁 식사에 참석했던 연세대 토론 동아리인 ‘YDT’의 학생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고 1일 밝혔다. 조사는 지난달 27일 이뤄졌으며, 검찰은 학생들이 피해자인 점을 고려해 검찰청사가 아닌 학교에서 조사를 벌였다.

강 의원은 지난달 16일 대학생 20여 명과 만난 자리에서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여대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는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 <본지 7월 20일자 20면>

검찰 등에 따르면 학생들은 검찰 조사에서 “강 의원이 아나운서 관련 발언 등을 한 것이 맞다. 중앙일보의 보도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고 진술했다. 조사를 받은 한 학생은 “조사 과정에서 검사 등도 강 의원 발언 내용과 관련한 학생들의 진술을 듣고는 황당하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한 수사관은 ‘미안한데 웃음이 나와서 그러니 이해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YDT 학생들은 지난달 21일 “강 의원의 (성희롱) 발언은 실제로 있었다. 강 의원이 해명 기자회견에서 사실과 다르게 언급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검찰은 강 의원의 성희롱 발언이 본지에 보도된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이번 조사는 아나운서연합회(회장 성세정)가 강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강 의원이 본지 기자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 이뤄졌다. 아나운서연합회는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했으나 서부지검으로 넘겨졌다. 검찰은 두 개의 사건이 사실상 같은 내용이란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강 의원의 발언 내용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단계”라며 “확인 절차가 마무리되면 명예훼손 혐의 등에 대한 법리적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형법에 따르면 별다른 이유 없이 사실 또는 허위 사실을 적시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2~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형에 처하거나 500만~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피해 학생들 안정 찾아=YDT의 한 학생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에는 외부에서 학생들에게 연락을 해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 회원들이 많이 놀랐지만 안정을 찾아가고 있고 학회 활동 역시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진상조사 방침을 밝혔던 연세대 측은 일단 조사를 미룬 상태다. 연세대 관계자는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학교 차원의 조사가 학생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안정을 찾도록 노력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조사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글=정선언·심서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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