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일본 귀화 추성훈 끈기의 금메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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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국인의 자긍심과 끈기를 배운 것으로 성훈이의 짧았던 한국 생활은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재일동포 4세로 한국으로 와서 태극마크까지 달았으나 지난해 일본에 귀화한 추성훈(27·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이 시상대에 오르는 순간 아버지 추계이(52)씨는 관중석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1일 부산 구덕체육관에서 벌어진 유도 남자 81㎏급 결승에서 일본 대표로 출전한 추성훈은 한국의 안동진(24·경남도청)과 맞붙어 2-1로 판정승했다.

추성훈은 우즈베키스탄의 트라에브와 이란의 사리크하니를 꺾고 결승에 올랐고, 안동진은 준결승에서 키르기스스탄의 이브라기모프를 3분36초 만에 업어치기 한판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은 5분 내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치러졌다. 상대의 기술에 걸려들지 않으려는 듯 두 선수는 소극적인 경기를 펼치다 1분35초 만에 주심으로부터 주의를 하나씩 받았다. 4분12초에는 나란히 경고가 주어졌다. 경기가 종료되자 관중은 '대∼한민국'을 더욱 소리높여 외쳤지만 주심과 부심 한명이 추성훈에게 점수를 줬다.

추성훈은 금메달이 확정되자 아버지와 동생 정화(22)씨가 앉아있는 관중석 쪽으로 뛰어올라 주먹을 치켜들었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추성훈은 1998년 아버지 추씨의 뜻에 따라 할어버지의 고향 한국에 들어와 선수생활을 했다. 추계이씨는 그 뜻이 "한국인의 자긍심과 끈기를 배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 역시 74년 재일동포로 전국체전에 나와 금메달을 땄던 경력이 있다.

입국할 때 금메달을 딴 후 자신의 귀화 이유에 대해 말하겠다던 추성훈은 "유도 때문에 귀화했다"고 강조했을 뿐 말을 아꼈다. 추계이씨는 "성훈이가 일본에서 태어나 자라서 그곳에서 사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해 귀화를 허락했다"며 "한국 유도의 텃세 문제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은 여자 70㎏급 배은혜(20·용인대)가 준결승에서 올해 세계선수권자인 일본의 우에노 나사에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지만 중국의 칭동야에게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첫 유도 남북대결에서 승리하며 여자 63㎏급 결승까지 진출한 북한의 지경순(27)도 일본의 다니모토에게 허리후리기 한판을 내줘 은메달에 그쳤다. 남자 90㎏급 박성근(25·마사회)은 동메달을 추가했다.

부산=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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