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보일 때까진 현금이 최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30일 주가가 연중 최저치로 곤두박질하자 투자자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종합주가지수 700선을 연내에 회복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 돼 버렸다. 이에 따라 투자심리가 더욱 얼어붙었다. 더구나 전문가들은 증시의 앞날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미 보유 주식을 처분하기에는 뒤늦은 감이 있는 만큼 반등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신규 투자자라면 주가 바닥을 확인할 때까지 섣불리 뛰어들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들의 장세 진단과 처방을 소개한다.

◇"연내 800선 돌파 어렵다"=올 연말까지 종합지수가 800선에 도달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많은 전문가는 바닥은 어림짐작할 수 있지만, 연내에 얼마나 오를지 자신있게 말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 가능성과 미 기업들의 실적 악화 등 악재가 여기저기 널려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문가들은 대체로 종합주가지수 600∼630선을 바닥으로 여기고 있다.

<표 참조>

메리츠투자자문 박종규 사장은 "지금 상황은 펀더멘털(기초여건)을 감안할 때 주가가 아주 저평가돼 있는 만큼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종합주가지수 800선을 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종합지수 600선 지지도 버거울 것으로 보고 있다. 金상무는 "10월 초부터 내년 2월 신정부가 출범할 때까지가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투신증권 장만호 경제연구소장은 "미국―이라크 전쟁이 빨리 터진다면 주가도 V자형으로 회복될 수 있겠지만 전쟁이 내년 초로 미뤄진다면 주가지수 800선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향후 증시는 삼성전자 주가에 달려 있다"며 "삼성전자가 28만원 선을 지켜준다면 종합주가지수 620선이 지탱될 수 있고, 25만원선으로 떨어진다면 600선이 일시적으로 무너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반등 시기와 주도주는=주가가 최근 가파르게 떨어졌기 때문에 10월 초께 일시적인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안에는 계속 오르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1분기께 주가 오름세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반등세가 인다며 그동안 주가가 많이 떨어진 우량주를 중심으로 강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KTB자산운용 張사장은 "미국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끝나는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기술적인 반등이 예상된다"며 "우량주 중에서 단기간 주가가 많이 떨어진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현대자동차·SK텔레콤·국민은행 등이 반등국면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정태욱 상무는 "미국 경기가 미약하나마 회복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말께 반등세를 보일 것"이라며 "미 경기회복 신호가 감지된다면 한국 증시는 세계 어느 증시보다 더 큰 폭으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전략은=전문가들은 "이미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손절매(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내다 파는 것)를 하기에는 이미 늦었기 때문에 반등을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신규 투자자라면 주가가 바닥을 찍고 반등국면에 접어든 것을 확인한 뒤 뛰어들 것을 권하고 있다.

KTB자산운용 張사장은 "지금 상황에서 종합주가지수가 610선으로 떨어진다 해도 추가 손실규모는 5%에 불과할 것"이라며 "기존 주식 보유자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투신 張소장은 "길게 보면 앞으로 주가가 저점을 경신할 때마다 분할 매수해도 큰 손실을 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소 공격적인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희성·김준술 기자

budd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