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CEO들 짬짬이 뭐하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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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5면

현대 김동진(52) 사장의 하루는 뛰는 것으로 시작한다. 조찬 모임 등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오전 6시 서울 양재동 사옥으로 출근해 지하 헬스센터에서 땀을 흠뻑 흘린다. 주말에는 회사 임원이나 친구들과 골프를 즐긴다.80대 중반의 실력.

기아 김뇌명(60)사장의 취미는 독서다.이력서에 쓰는 의례적인 차원을 넘어 시간만 나면 책을 잡는다.그것도 대부분 영어로 된 원서(原書)다.

현대차 근무 시절 해외사업본부장 등 수출 부문에서 근무하며 갈고 닦은 영어 실력이 수준급이다.출장길에 나설 때도 책 한두권을 꼭 챙겨간다. 최근에는 장쩌민(江澤民)중국 주석이 권좌에 오르기까지의 인생 역정을 담은 『Tiger on the brink(벼랑 끝에 선 호랑이)』'를 읽고 있다.

쌍용 소진관(50)사장은 회사가 워크아웃(기업 개선작업)에 들어간 두달 후인 1999년 12월 사장에 취임해 회사 살리기에 전념하고 있다.

현장 경영을 중시하는 소사장은 직원들의 회식 자리에 스스럼없이 끼여 소주잔을 기울인다.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잡으면 애창곡 '사랑으로'를 멋드러지게 뽑는다.직원들과 어울리다 시간이 늦어 집(서울 명일동)에 못 들어가고 평택의 기숙사에서 '외박'을 하는 날이 일주일에 사나흘은 된다.

GM-대우 닉 라일리(53)사장 내정자는 신설 법인 출범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를 하느라 눈코뜰새 없다.샌드위치로 점심을 대신하며 하루에도 몇차례씩 회의를 계속하는 등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과시하고 있다.

영국 웨일스 출신의 그는 케임브리지대 재학 시절 럭비선수를 지냈다.월드컵 기간에는 부인과 함께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길거리 응원에 나서 '대∼한민국'을 외치기도 했다.그는 "월드컵 때 응원하는 한국인들의 열정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라일리 사장은 지난 3월부터 서울 성북동에서 부인과 단 둘이 살고 있으며, 같이 북한산에 종종 오르고 있다..

르노삼성 제롬 스톨(48·프랑스 출신) 사장은 부임 2년째를 맞아 현지화를 위해 시간·노력을 쏟아붓고 있다.서울 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이 '한국어'라고 대답하는 그는 일주일에 이틀,하루 두시간씩 한국어를 배운다.

스톨 사장은 점심시간에 남대문시장의 허름한 음식점을 찾는가 하면 주말에는 스스로 작성한 '디스커버리 코리아(한국 탐험)'계획표에 따라 변산반도 등 명승지를 순례하고 있다. 주말에는 앞치마를 두르고 부인과 아이들을 위해 요리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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