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6 엔진으로 효율 높이되 포르셰다운 감각 살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77호 26면

독일 쾰른에 마련된 시승차는 V6 엔진을 얹은 포르셰 파나메라와 카이엔이었다. 스포츠카만 만들던 포르셰는 2002년 카이엔으로 외도에 나섰다. 모험은 성공적이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짭짤한 재미를 본 포르셰는 올 초 다시 한번 승부수를 띄웠다. 바로 파나메라였다. 911, 카이맨·박스터, 카이엔에 이은 포르셰의 네 번째 차종이자 포르셰 최초의 4도어 세단이다.

포르셰 파나메라 & 카이엔 V6 시승기

시승차는 파나메라4. 엔진은 V6 3.6L 300마력. 파나메라 S와 터보의 V8 엔진에서 실린더 두 개를 떼어내 완성했다. 변속기는 7단 PDK. 클러치 페달만 없을 뿐 수동변속기처럼 각각의 톱니바퀴가 직접 맞물려 돌아간다. 그래서 효율이 뛰어나다. 정차 때마다 시동을 꺼서 연료를 아끼는 기능도 담았다. 시동이 꺼졌을 때도 오디오와 에어컨은 작동된다.

파나메라4의 사운드는 V8 엔진 못지않게 묵직하다. 가속도 충분히 빠르다. 시속 100㎞까지의 가속을 5.9초 만에 끊는다. V8 엔진의 파나메라 성능엔 과잉의 혐의가 짙었다. 반면 파나메라 4의 성능은 자신감과 스릴 사이의 절묘한 경계를 찌른다. 습관적으로 전자장비의 그물망에 의지하게 되는 윗급과 달리 의지대로 쥐고 흔들 자신감이 샘솟는다.

시승차엔 각종 전자 장비를 욕심껏 담았다. 하지만 운전하면서 첨단 장비의 존재는 느끼기 어렵다. 각각의 기능은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로 어우러졌다. 나아가 총체적인 운전감각으로 영글었다. 다스리기 빠듯하게 뛰쳐나가고 의도한 만큼 정확히 움직인다. 가속만큼 제동 또한 믿음직스럽다. 전형적인 포르셰 스포츠카의 느낌과 놀랍도록 닮았다.

파나메라 V6의 가치는 경제성에서 오롯이 빛난다. 성능에서 흥건히 넘치는 부분을 덜어낸 데다 멈춰설 때마다 부지런히 시동을 끈 덕분이다. 파나메라와 파나메라4의 연비는 유럽 기준으로 10㎞/L 이상을 기록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13~220g/㎞에 묶었다. 같은 테스트에서 V8 엔진의 파나메라는 8.1~9.2㎞/L, 253~286g/㎞로 뒤처졌다.

카이엔 디젤은 V6 3.0L 터보디젤 240마력 엔진을 품었다. 시끄러울 줄 알았던 카이엔 디젤은 알고 보니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포르셰였다. 낯선 느낌은 딱 정숙성까지였다. 가속은 가솔린 포르셰보다 오히려 더 극적이었다. 제원성능은 시속 100㎞ 가속 7.8초, 최고시속 218㎞. 계기판상으론 더 빨랐다.

마지막으로 함께한 시승차는 V6 3.6L 300마력 가솔린 엔진의 카이엔. 익숙한 보금자리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카랑카랑 독기 오른 엔진음과 긴 호흡으로 예리하게 치솟는 엔진회전수 때문이었다. V6 엔진의 파나메라와 카이엔은 연비와 성능의 이율배반적 요소를 근사하게 조화시켰다. 심지어 디젤 엔진을 얹고서도 포르셰다운 긴장감을 팽팽하게 불어넣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