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매각과정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27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장에선 대통령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의 이름까지 나왔다.

공적자금 50여억원을 관리하는 자산관리공사가 부실채권 매각 대행사를 특혜 선정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다.

한나라당 이성헌(李性憲)의원이 나섰다. 그는 "서울·제일은행의 해외 부실채권 매각 업무를 위탁받은 아서앤더슨, 그 회사로부터 하도급 받은 토털컴퍼니즈 선정 과정은 최고 권력층의 비호 아래 있는 검은 커넥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토털컴퍼니즈 韓모 대표와 인척지간인 金모씨가 李여사와 50년 지기"라며 李여사를 지목했다. 李여사가 자서전(『나의 사랑 나의 조국』)에서 "金씨가 도미 유학을 도왔다"고 밝힌 대목도 공개했다.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감사원의 지난해 특감자료를 정황 근거로 삼았다.

첫째, 토털컴퍼니즈가 아서앤더슨과 하도급계약을 맺기 넉달 전부터 매각업무를 했다고 비용을 청구한 것으로 봐 사전에 선정됐으며 둘째, 토털컴퍼니즈가 하도급임에도 오히려 성공보수 등을 9할씩이나 가져갔고 셋째, 아서앤더슨에 李여사의 조카이자 이형택 예보전무의 동생 이정택씨가 고문으로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자산관리공사 정재룡(鄭在龍) 당시 사장이 아서앤더슨이 공개입찰 제안서엔 없던 성공보수 규정을 계약 때 포함시켜 당초보다 5배 정도의 수수료(2백70억원)를 지급하도록 한 게 감사원에 적발됐는 데도 오히려 당당했던 점도 들었다.

▶감사반=성공보수를 추가했다면 가격이 달라진다. 업체를 재선정했어야 하지 않나.

▶鄭사장=업체 순위가 바뀐다 해도 상도의(商道義)상 그럴 수 없다.

▶감사반=다른 업체들이 보기엔 공정하지 않다.

▶鄭사장=아서앤더슨이 경험도 없고 무식해서 성공보수를 생각하지 못했을 수 있다. 알았다면 제안서에 넣었겠지. 다른 업체도 안넣지 않았나.

▶감사반=다른 업체는 미리 넣었다.

▶鄭사장=제안서는 참고사항일 뿐이다.

▶감사반=제안서를 받아놓고도 마음대로 한다면 수의계약이다.

▶鄭사장=공기업이라 수의계약은 곤란하고 아무튼 제안서는 참고사항일 뿐이다.

이런 감사원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토털컴퍼니즈는 하도급에서 한단계 올라 매각 대행사로 선정된 것은 "든든한 배후탓"이란 게 李의원 주장이다.

이에 대해 연원영(延元泳)사장은 李여사 관련성을 부인했다. 또 계약 때 성공보수 규정을 추가한 것에 대해선 "제안서대로 실비(實費)정산할 경우 오히려 더 많이 지급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