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녀응원단'내일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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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북송선에서 남북 평화사절선으로'.

북한 '만경봉-92호'가 부산아시안게임 북측 응원단을 태우고 28일 오전 8시 부산 다대포항에 입항한다. 만경봉호가 한국에 들어오는 것은 분단 후 처음이다.

만경봉호는 아시안게임 기간엔 북측응원단의 숙소로 활용된다.

만경봉호에는 북측 응원단장과 부단장, 취주악단 1백50명, 순수 응원단 1백95명, 취재진 15명 등 3백62명이 승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응원단 중에는 지난 8월 서울 민족통일대회에 참가했던 평양예술단원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통일부 관계자는 "응원단 중 3백명 이상이 여성으로 구성된 것으로 안다"며 "우리 국민들한테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부분 젊고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선발된 여성'들로 구성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선수촌 공연장과 문화회관 등에서 몇차례 공연도 가질 예정이다.

만경봉호는 과거 일본과 북한의 원산 사이를 오가며 북송 교포 및 조총련 대표단과 화물을 운송해온 북한의 대표적인 화객선. 이번에 오는 '만경봉-92'호는 1992년 6월 2일 첫 출항한 대형 여객선이다.

'조국을 방문하는 재일동포들이 호텔과 같은 생활을 해야 한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함북조선소연합기업소에서 자체로 설계해 만들었다고 한다. 건조비는 조총련 실업인들이 모금했다는 것. 선두에 새겨진 '만경봉-92'란 배 이름도 김위원장이 직접 쓴 것이라고 한다. 현재는 원산항과 일본 니가타항을 한달에 평균 두세차례 운항하며 주로 재일동포들의 북한방문선으로 이용된다.

만경봉호는 총 9천3백39t, 길이 1백26m, 높이 약 20m, 너비 21m 크기다.평균 속도는 20노트(시속 약 37km), 최대 속도는 23노트로 원산에서 니가타항까지 27시간 정도 걸린다. 객실 수용능력은 약 2백명, 화물적재량은 1천t에 이른다. 하지만 응원단 규모가 3백62명이나 돼 선내 생활은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내 구조는 모두 8층으로 갑판을 중심으로 위와 아래로 4층씩 설계됐다. 2층과 7층은 선원들과 봉사원들의 방이며 3,5,6층은 특등실(6칸)·1등실(20칸)·2등실(14칸)·3등실(4칸) 여객실이 들어서 있다. 4층에는 대형식당·영화실·다방·면세점·어린이 오락실·목욕탕 등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특히 노래방은 북한으로 수학여행가는 재일동포 학생들에게 최고 인기라고 한다.

선장 장창영(55)씨는 이달 초 조선신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원산항에서 부산항까지 약 3백50마일, 19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다.일본 니가타항보다 가까운 거리"라며 "이제 막혔던 길이 열렸다고 생각하니 6·15공동선언의 의미를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만경봉호의 북측 응원단이 부산시민 서포터스의 공동응원 제안을 받아들여 남북화합의 한마당을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부산=정창현 기자

jch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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