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목 美고교의 倍 수업도 3시간 길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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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 18일 오후 3시쯤 충남 서천군 기산면 두북리 동강중 영어 특별활동 교실에서 1,2학년 학생 여덟명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강사는 미국 뉴저지주 체리힐 고교 2학년을 마치고 지난달 26일부터 이 학교 3학년으로 역(逆)유학을 온 재미교포 2세 새뮤얼 전(한국명 전세진·16·사진)군. 오는 12월까지 이 학교에서 공부한 뒤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전군은 "고국에 와서 공부를 하게 돼 기쁘지만 한국말과 한국 문화를 잘 몰라 국어·사회 과목을 공부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수업 시간에 한번도 딴청을 피운 적이 없다. 재미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하루 1시간씩 영어교습 자원봉사까지 하고 있다.

그는 "한국 중학교 교과목은 11개로 미국 고교(6개)보다 훨씬 많고 수업시간도 하루 2∼3시간씩 더 길다"며 "한국학생들이 공부에 너무 시달리는 것 같아 안쓰럽다"고 말했다. 서울·부산 등 대도시 학생들은 하루 12시간 가량 수업을 듣는다는 설명에 "그럼 취미 활동은 어떻게 하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수십년 동안 수백만명의 학생들이 그렇게 공부를 해댔는데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한 명도 안 나온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전군은 "앞으로 전공하게 될 건축분야에서 아시아와 서양의 건축양식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건축 양식을 개발하고 싶어 모국을 찾게 됐다"며 "우리나라 학생들이 교과목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관심분야를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군은 1981년 미국으로 이민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지난 1월 미국 공보처가 후원하는 무료 유학프로그램 알선 업체 'AYUSA(Academic Year in USA)'를 통해 한국 유학을 지원,동강중과 인연을 맺었다.

서천=김방현 기자

kbh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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