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1만명 작업 2,300만 고객정보 통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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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미즈호의 실수를 되풀이하면 안된다."

국민은행은 추석 연휴 다음날인 23일을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전산망을 하나로 통합하는 D데이로 정해놓고 일본 후지(富士)·다이이치간교(第一勤業)·니혼고교(日本興業)은행이 합친 일본 미즈호홀딩스가 전산통합을 잘못해 지난 4월 낸 대형사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았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도 지난 18일 김정태 국민은행장에게 전화를 걸어 추진 상황을 물었다. 金행장은 연휴 기간 내내 상황실을 지키며 1만여명이 참여한 통합작업을 독려했다. 다섯 차례 테스트를 거쳐 2천3백만여명의 고객 정보를 옮기는 데만 66시간이 걸렸다. 金행장은 22일 오후 3시 새 시스템이 돌아가자 "이제 루비콘강을 건넜다"며 '통합 완료'를 선언했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전산통합 성공 여부는 23일 오전 드러날 전망이다. 지난 20∼22일 돈을 찾지 못한 고객과 전산통합 소식에 자신의 계좌와 잔액이 정확한지 확인하려는 고객이 창구와 자동화기기로 몰려들어 새 전산망의 성능을 시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무엇이 달라지는가=전산망이 통합됨으로써 옛 국민·주택은행의 고객은 통장 구분 없이 1천3백여개 점포에서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에는 옛 국민은행 고객이 옛 주택은행 점포를 찾아가 대출을 받으면 거래실적이 나타나지 않아 금리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없었으나 이번 전산통합으로 그런 차별은 사라진다.1만여대의 자동화기기, 인터넷뱅킹, 폰뱅킹 등을 이용해도 마찬가지다. 인터넷뱅킹의 경우 새 홈페이지 (www.kbstar.co

m)로 통합됐다.

은행 입장에서는 통합된 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통합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에 각각 맡긴 예금이 합쳐 얼마인지 알 수 있으므로 고액 예금자를 쉽게 가려내 고액 자산가를 상대로 한 프라이빗 뱅킹(PB)영업 기반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대출 고객의 빚이 얼마인지 더 정확히 판별할 수 있으므로 위험 관리 면에서도 유리하다.

허귀식 기자

ksl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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