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모험' 유창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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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제한시간 20분에 30초 초읽기 3개를 주는 KT배 마스터즈 프로기전. 속기대회지만 상금은 국내 최대를 자랑한다.

지난해엔 조훈현9단이 최철한4단을 꺾고 우승했다.

올해 KT배 본선이 바둑TV에서 막 시작되었는데 유창혁9단이 대만 출신의 천스위안(陳詩淵)2단과의 32강전에서 놀라운 수를 선보였다.

백을 쥔 유9단이 1로 두어 좌상 백진을 키우자 흑2로 비스듬히 견제해 왔다.

백A로 받으면 보통. 유9단은 그러나 3에 걸친 다음 5로 삐뚜름히 나왔다.

양재호9단은 '처음 보는 수'라고 말했는데 이런 수는 흑6의 협공으로 당장 곤마가 되기 때문에 보기힘든 게 당연하다.

왜 5에 두었을까 궁금해 할 때 유9단은 또다시 깜짝 놀랄 한 수를 두었다. 바로 7의 건너붙임. 그러고 보니 5는 축머리였다. 유9단은 상대가 2로 둘 때부터 그 약점을 추궁하기로 마음먹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5라는 기상천외의 한수를 추리해 낸 것이다.

놀라운 상상력이고 배짱이다. 5같은 수는 먼저 손해를 보는 수라 결행하기 어렵다.

7로 공격한다 해도 공격이란 그 성패가 불분명한 것. 유9단은 그러나 모험을 걸었고 화려한 승리를 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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