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덴소배 결승 전초전 이창호, 中리그서 창하오 꺾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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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상하이팀은 제일인(第一人)을 환영한다. 그러나 과연 누가 석불(石佛)에 맞서 머리를 쥐어짤 것인가."

'제일인'과 '석불'은 이창호9단을 지칭한다. 중국리그 후반기 대회가 시작돼 이창호9단과 유창혁9단이 11일 아침 비행기를 타고 중국에 도착하자 중국 매스컴은 요란한 반응을 보였다. 이창호9단이 중국 무협소설인 『영웅문』을 들고온 것조차 큰 화제가 됐다. 이창호9단이 속한 저장(浙江)팀은 현재 12개 팀 중 1위. 2위는 목진석6단의 충칭(重慶)팀이고 3위는 베이징(北京)팀, 4위는 유창혁9단이 속한 윈난(雲南)팀.

저장팀은 마샤오춘(馬曉春)9단과 위빈(兪斌)9단까지 세계챔피언만 3명을 보유한 강팀이다. 또 한명은 올해의 신인왕 펑취안(彭筌)5단.

저장팀과 맞서는 상하이팀은 창하오9단 외에 사오웨이강(邵?剛)9단·후야오위(胡耀宇)7단·추쥔(邱俊)6단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성적은 7위.

재미있는 것은 이창호9단이 지난 봄의 첫 출전에서 바로 상하이팀의 신예강자 후야오위7단에게 패배했다는 점이다. 이9단은 또 지난달 삼성화재배에서도 후야오위에게 패해 2전2패. 중국은 그래서 이번 이창호9단의 두번째 출전을 놓고 그가 도요타·덴소배 결승전 상대인 창하오와 후야오위 중 누구와 맞붙을지 관심을 집중시키며 분석에 열을 올려왔다.

12일 아침 양팀의 오더를 펴보니 이창호9단의 상대는 다름아닌 창하오9단. 중국리그는 네판 중 한판은 속기대국을 하는데 양팀 모두 속기전 선수로 이창호와 창하오를 써낸 것이다. 그래서 이 대결은 도요타·덴소배의 전초전 성격을 띠게 됐고 최근 세계무대를 휩쓸고 있는 중국바람 속에서 한껏 고무된 중국팬들은 이 대결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창하오는 중국팬의 열화와 같은 응원에도 불구하고 이창호9단에게 흑으로 불계패하고 말았다.

현재 4위를 달리고 있는 유창혁9단의 윈난팀은 이번에 3위의 베이징팀과 맞서는데 윈난팀이 이길 경우 순위가 바뀐다. 유9단은 멀리 쿤밍(昆明)까지 날아가 팡톈펑(方天豊)8단과 맞선 결과 백으로 가볍게 불계승. 중국리그 3승1패를 기록했다.

'중국 강풍'의 진원지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중국리그는 올해 4년째다. 3년 모두 목진석6단이 속한 충칭팀이 우승했다. 목6단은 지난 5일의 후기리그 개막전에서 승리해 벌써 7승3패.

1위를 달리고 있는 저장팀은 올해 '을조리그'에서 승격한 팀인데 마샤오춘단을 앞세워 이창호9단을 스카우트하며 인기를 더욱 높이고 있다. 선전팀도 조훈현9단을 이9단과 같은 조건(1국당 1만달러)으로 스카우트했는데 이는 중국기사들이 팀에서 받는 연봉의 10~20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조9단은 현재 2전2승. 3국은 11월에 둘 예정이다.

중국은 넓은 땅덩어리 때문에 한곳에서만 전국대회를 여는 방식은 어려움이 많다.'홈 앤드 어웨이'방식의 중국리그는 그같은 약점을 해소하고 중국 바둑붐을 전국 골고루 퍼뜨리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인기도 높아 대회주최권이 민간에 32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중국리그에 나선 한국기사는 푸젠(福建·10위)팀의 김영환6단, 선전팀(11위)의 김영삼5단, 구이저우(貴州·6위)팀의 박승철2단 등 7명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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