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익률 내리고 원화 오르자 해외주식형펀드 환매 러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해외 주식형펀드가 환매 몸살을 앓고 있다. 27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3일 기준 해외 주식형펀드에서 41일째 자금이 빠져나갔다. 23일 하루에만 1010억원이 빠졌다.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한 직후인 2008년 10월 말 이후 가장 큰 액수다. 월간 단위로 봤을 땐 지난해 7월부터 1년 동안 계속 돈이 빠진 셈이다.

해외 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중국 관련 펀드에 특히 환매가 몰리고 있다. 미래에셋친디아업종대표리치플랜증권자투자신탁에서 656억원치가,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증권자투자신탁에선 126억원어치가 23일 하루 만에 빠져나갔다. 신한금융투자의 이계웅 펀드 리서치 팀장은 “해외 펀드의 절반 이상이 중국이나 친디아·브릭스 등에 투자하는 중국 관련 펀드”라며 “중국 펀드에서 대량 환매가 일어나면 전체 해외 주식형펀드 시장이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환매 원인에 대해 이 팀장은 “중국과 관련된 펀드의 수익률이 저조하자 투자 손실을 만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던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참을 만큼 참았던 투자자들이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손을 털었다는 설명이다.

펀드정보 제공회사 제로인에 따르면 중국 펀드의 지난 3년간 수익률은 -21.5%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도 수익률이 -6%로 부진했다. 이 때문에 올 초 중국 펀드에 몰렸던 자금은 16조4557억원에서 27일 14조4683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환율과 세금 문제도 환매에 한몫했다. 대우증권 김혜준 펀드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원화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이 해외주식형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 점점 낮아질 것으로 본 것”이라며 “해외 펀드 비과세 혜택이 내년부터 사라진다는 점도 환매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빠져나간 자금 중 일부는 국내 주식형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23일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12일째 자금 유출이 이어지긴 했지만 그 속도는 둔화됐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666억원이 감소했다. ETF를 포함하면 605억원이 빠져나갔다. 이계웅 팀장은 “투자자들이 해외펀드에서의 단기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대안으로 국내 주식형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 자문형랩 등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펀드로 입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선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하나대투증권의 김대열 펀드 애널리스트는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과 해외 펀드의 세금 문제 등을 고려하면 국내형으로 갈아타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또 이계웅 팀장은 “해외 펀드라 하더라도 특정 국가에 투자할 게 아니라 광업주나 원자재 펀드 등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할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김경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