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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그녀가 그의 몸 속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번지점프를 하다 KBS2 밤 10시 50분=사랑하는 여인이 다른 몸을 빌려 다시 태어난다면? 그런데 그 사람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면? '번지점프를 하다'의 인우(이병헌)는 대학 시절의 연인 태희(이은주)의 영혼이 자신의 제자 현빈(여현수)의 몸 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태희가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하고 손가락을 펼치는 버릇까지 닮은 현빈에게서 '그녀'를 느끼고 기뻐하는 인우. 그러나 이들의 사랑을 동성애라며 터부시하는 주위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진정한 사랑은 오직 하나뿐이라는 주제는 새로울 것 없지만 일반적인 멜로 영화와는 다른 구성이 참신하게 다가온다. 17년의 시간차를 두고 진행되는 두 가지의 사랑이 다소 매끄럽지 못하게 연결되는 점이 옥에 티라면 티.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어설프지 않게 그려내는 이병헌·이은주 두 배우의 안정된 연기가 돋보인다.

이 영화는 개봉 후 '번사모'('번지점프를 하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동호회를 탄생시킬 정도로 매니어들의 지지를 받았다.

'춘향뎐' 등에서 임권택 감독의 조감독을 했던 김대승씨의 데뷔작이다. 2000년작. ★★★(만점 ★5개)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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