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문제 종합적 處方 아쉬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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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생활의 필수 기초수요를 '의·식·주' 순으로 꼽는 것이 전통적 시각이었다. 그런데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의 도시민들에게는 그 순서가 '주·의·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주거문제는 먹고 입는 문제보다 훨씬 심각해지고 있다.

서울 강남의 10평 재건축 대상 낡은 아파트가격이 5억원을 훌쩍 넘었다고 한다. 가파른 집값 상승은 정상이 아니다. 전셋값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고 전세난은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세가격은 수도권은 물론 지방의 주요 도시도 지난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서울 강남을 진원지로 한 주택가격 및 전셋값의 파급효과가 전염병처럼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1980년의 주택보급률은 71%였으나 2000년 현재 94.1%, 2004년에는 1백%에 달하게 된다는 정부 보고가 있었다. 70, 80년대는 가구 수에 비해 주택이 턱없이 모자라 주택의 절대부족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수치상으로는 보급률이 1백%에 육박해 가구당 집 한 채 비율로 주택 공급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말이다. 문제는 주택의 절대량이 부족했던 20여년 전의 상황과 오늘날 전개되는 주택상황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당시도 급격한 주택가격 상승, 부동산 투기, 전세의 급등 등이 핵심적 주택문제였다.

왜 이렇게 주택가격과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는가? 아파트값 폭등은 자식 교육문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 부동산 투기, 그리고 오갈 데 없는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유 있는 중산층 사람들은 부동산 투자가 현재로선 가장 안전하고 또 이윤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투기 목적의 부동산 거래가 왕성해졌다. 종전에 비해 전매가 용이하도록 규제가 많이 완화됐을 뿐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정부는 투기 단속보다 경기 활성화에 주력했었다. 특히 강남의 경우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투기의 주요 대상으로 지목돼 앞다퉈 매입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교육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강남지역 아파트 선호가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 특별단속, 아파트값 담합조사, 아파트매입 자금출처조사 등 해묵은 처방들이 또 나오고 있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가 조사한 바로는 정부 대책이 단기처방이라는 반응이 44%이고 적절한 조치라고 보는 응답자가 11%에 불과했다. 왜 국민은 정부 정책을 단기처방이라 믿고 있는가. 지난 30여년 동안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수없이 발표되었지만 단기적이고 미시적 정책으로 일관됐다. 부동산 중개업소 단속의 경우 매번 단기성으로 끝나 며칠만 지나면 단속은 사라진다.

우리의 주택문제는 매우 복합적이다. 단기처방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며 중개업소 단속과 세무조사 등의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다. 중요한 것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문제 해결방식의 채택이다. 강남의 주택문제는 저금리, 투기, 교육여건, 재개발·재건축 등 경제문제, 교육문제, 그리고 도시문제 등이 상호 연계돼 발생되고 있지 않은가? 정부의 한 부처 정책만으로 집값을 잡기란 어렵다.주택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조화 속에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넓게는 수도권 주택수요, 좁게는 강남의 주택수요를 분산 수용할 수 있는 정책이 따라야 한다. 아울러 금리를 조절하는 금융재정정책, 보유과세를 현실화하는 조세정책, 그리고 사교육문제를 해결하는 교육정책 등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한편 빈곤층이 겪고 있는 주거문제는 시장기제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공공주택의 공급 확대 등 공공부문의 역할이 속히 정립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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