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부동산 중개료 엇갈린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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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법정 한도를 넘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반환 문제를 놓고 대법원이 엇갈린 판결을 내려 부동산 거래 등에 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孫智烈대법관)는 5일 한도 이상의 부동산 중개료를 지급한 金모씨가 崔모씨 등 중개업자 두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崔씨 등은 법정 한도를 초과해 받은 중개료 1천8백여만원을 원고 金씨에게 돌려주라"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법정 한도액 이상의 중개료를 받지 못하도록 한 규정은 이를 위반한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경제적 이익이 돌아가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이므로 위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만으론 법의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면서 "관련 규정을 어길 경우 초과 중개료 약정이 원천 무효가 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金씨는 崔씨 등을 통해 8억5천만원 상당의 토지를 맞교환하는 계약을 하면서 2천18만원의 중개수수료를 지급했다가, 소개비가 매매 당시 법정 수수료율 0.15%(1백27만5천원)를 초과했다며 이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가 1,2심에서는 패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대법원 민사3부(주심 尹載植대법관)는 黃모씨가 중개업자 李모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중개업자가 이를 돌려줄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었다. 黃씨는 법정 한도액 2백40만원의 14배가 넘는 3천5백만원의 중개료를 냈지만 "사기를 당했거나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중개료를 지급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경우 대법원장을 포함한 13명의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서 판단을 내려야 하지만 이번 판결은 지난해 판례를 모른 상태에서 내려지는 등 대법원의 판례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법원 관계자는 "지난해 판결이 중요 판결만을 수록하는 판례공보에 올라가지 않은 탓에 최근 판결 과정에서 이를 참조하지 못했다. 현재 상황에선 두 가지 판례가 다 유효하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초과 중개료 부분에 대한 새로운 판단을 내리기 전까지는 명확한 판례가 없어 이를 둘러싼 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변호사는 "전원합의체가 열릴 경우 초과분을 반환하라는 판례가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소송 제기가 가능한 최근 5년 이내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법정 한도 이상의 중개료를 지불한 사람은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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