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發 쇼크… 세계증시 급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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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도쿄=남윤호 특파원]일본 주가가 7일째 급락하면서 유럽·미국 및 아시아 각국의 주가하락으로 연쇄 파급되고 있다.

4일 도쿄(東京)증권거래소에서 닛케이 평균주가는 버블경제 붕괴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던 전날보다 141.95엔(1.54%) 떨어진 9,075.09엔으로 마감했다.

닛케이 평균주가는 오후 한때 1983년 8월 12일 이후 19년 만에 9,000엔선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로써 도쿄증권거래소 1부의 시가총액은 2백59조엔으로 가장 컸던 1989년 말의 6백6조엔의 42% 규모로 축소됐다.

또 이날 홍콩·대만·싱가포르의 주가도 일제히 1~2% 하락하면서 연중 최저치를 갱신했다.

◇왜 떨어지나=갑작스러운 큰 악재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 지난 4~6월 경제성장률은 0.5%로 1년여 만에 플러스로 반전했고 산업활동지수도 2분기 연속 상승했다. 일본정부는 지난 5월 경기저점을 통과해 완만한 경기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공식 선언까지 했다.

그러나 미국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데다 일본정부가 최근 내놓은 감세안·예금보호상한제 연기안 등이 투자자들의 실망을 샀다. 또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한 것이나 대기업들의 스캔들이 잇따라 터진 것도 증시이탈을 부추겼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이를 "'작은 실망'이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고 분석했다.

◇다시 나오는 일본 경제위기설=이날 주가하락으로 대형 은행의 주식평가손은 지난 3월 말의 3.2배나 되는 4조1천억엔이 넘는다. 은행의 체력이 떨어지면 가뜩이나 부진한 부실채권 처리도 자꾸 늦어지게 된다. 이것이 금융경색을 더욱 악화시켜 기업들에도 직격탄을 날린다는 것이다.

주가하락→금융불안→기업도산→주가 추가하락의 악순환이 벌어질 경우 일본정부가 동시에 추진해오던 경기회복과 구조개혁이 모두 실패할 위험이 있다.

또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일반인들도 소비심리가 위축돼 앞으로의 경기회복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정부대책은 따로 없어=일본정부는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이유로 직접적인 부양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여당과 재계가 요구하는 추경예산 편성도 재정적자를 감안해 소극적이다.

시오카와 마사주로(鹽川正十郞)재무상은 "주가하락은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있으므로 일본만 적극적으로 증시대책을 강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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