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관고교생 16명… 대전 저소득층 아이들에 과외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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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가목적어(IT)는 언제 쓰는 거야?"

"응, 목적어가 너무 길 때."

5일 오전 11시 대전시 서구 삼천동 보라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대전시 둔산종합사회복지관.

동네 초등학교 6년생(18명)과 중학생(2명)들이 불과 서너살 위 형.언니 뻘인 선생님들에게서 영어와 수학 지도를 받고 있다.(사진)

교사는 대전 출신 민족사관고등학교(강원도 횡성) 남녀 재학생 16명.

내로라하는 수재인 학생들은 겨울방학을 맞아 고향에서 뜻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대전시가 운영 중인 사회복지 프로그램인 '복지만두레'에 참여, 4일 '겨울방학 작은 교실'을 열었다. 교재(참고서)는 자부담으로 마련했고, 30평 크기의 공부방은 복지관으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았다.

이들은 대전 지역 초.중학교 방학이 끝나는 오는 31일까지 매주 월~목요일(오전 9~12시) 학원 과외 등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자원봉사로 공부지도를 한다.

또 쉬는 시간 틈틈이 후배들의 선망의 대상인 자신들의 학교 생활이나 공부하는 방법, 생활 태도 등 학교나 가정에서 배우기 힘든 노하우도 전수해 준다.

학생들의 과외 봉사는 이가희(42.시인) 씨가 주선했다. 이씨는 대전 출신으로 지난해 민족사관고교를 2년만에 조기 졸업, 하버드 등 미국 10개 명문대학에 동시 합격해 화제가 됐던 박원희(18.하버드대 1년) 양의 어머니다. 학생들의 봉사 기간 중 박양이 '미래에 대한 설계'를 주제로, 이씨는 '글짓기'에 대해 특강도 각각 할 예정이다.

황인혜(18.민족사관고 2년) 양은 "방학을 맞아 고향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을 찾던 중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과외를 받지 못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기로 했다"며 "동생들이 배우겠다는 열의가 대단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민지(14.대전 문정중 2년) 양은 "특히 선생님들의 발음이 좋아 영어 공부가 재미있다"며 "언니.오빠들의 후배가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글.사진=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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