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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에 울려퍼진 '한국 사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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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의료 사각지대인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의료팀이 '카레 사랑'을 일으키고 있다.

'카레'는 고구려 출신 당(唐)나라 장군인 고선지가 힌두쿠시 산맥을 넘어 이 땅을 공격한 이래 한국을 일컫는 말이다.

아프가니스탄 쿤두즈에서 봉사활동을 펴고 있는 한국 의료팀은 포항 한동대 부속 선린병원 의료팀과 NGO단체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대표 丁鼎燮) 관계자 등 38명. 선린병원 이건오(李健吾·59)원장을 포함해 내과·외과·소아과·치과·임상병리과 의료진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밤 중앙아시아의 아프가니스탄과 타지키스탄 접경지역인 판지강을 통해 입국하면서 주민들의 환대를 받았다. 아프가니스탄 국경수비대 대장인 압둘라후 이브라히미(42)와 주민들이 몰려 나와 "카레 바로다흐(한국 형제여)! 아르디다지 슈모 후르산담(잘 오셨습니다)"이란 함성을 터뜨렸다. 국경수비대장은 우리나라의 소장에 해당한다.

압둘라후 이브라히미 국경수비대장은 李원장과 인연이 깊다. 북부동맹 주요 인사 중 한명인 그는 지난 3월 초 전투에서 허리를 다친 뒤 우리나라에 와 李원장의 진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기아대책기구 타지키스탄 지부장인 최윤섭(崔潤燮·52)씨는 매일 타지키스탄에서 이곳으로 구호 식빵을 실어나르는 등 꾸준히 구호활동을 펴왔다.

이런 까닭에 외국인을 좀처럼 믿지 않는 주민들 사이에 '카레 사랑'이 일게 됐다. 의료팀은 탈레반과 북부동맹 간에 치열한 격전이 벌어졌던 쿤두즈의 이몸소입 난민촌에서 의료활동을 폈다.

전쟁 통에 집과 고향을 잃고 천막에서 힘겹게 살고 있는 난민 3천여명에겐 단비나 다름없었다.

두 평 남짓한 천막에서 아이들 다섯 명과 부대끼며 살고 있는 레자글(44·여)은 설사만 하던 막내 레이나(4)를 치료받게 한 뒤 눈물범벅이 돼 연신 '카레'를 외쳤다.

지뢰사고로 한 쪽 다리가 날아갔지만 변변한 치료를 못받아 상처가 썩어들던 압둘 살롬(30)도 응급치료를 받은 뒤 '카레'라는 말로 기쁨과 고마움을 표시했다. 촌장 사잇 아짐(62)은 "한국인들은 밀가루 몇 부대를 달랑 던져 놓고 가는 구호단체 사람들과 매우 다르다"며 기뻐했다.

이몸소입(아프가니스탄)=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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