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모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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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항공모함을 보유한 나라는 9개국밖에 안 된다. 실전 배치된 항모는 21척뿐이다. 절반이 넘는 11척을 미 해군이 운용한다. 1975년 처음 배치한 10만1000t 규모의 니미츠급 10척, 61년 처음 실전 배치한 9만3500t짜리 엔터프라이즈급 1척이 그것이다. 모두 핵추진 항모다. 캐터펄트 사출장치를 사용해 정규 함재기를 이륙하고 착륙시키는 고전적인 시스템을 쓴다.

9개국 중 미국과 러시아·프랑스·브라질만 정규 함재기를 탑재할 수 있는 항모를 운용하고 있다. 나머지는 이착륙 거리가 짧거나 수직 이착륙 함재기만 탑재할 수 있다. 일종의 단축형이다.

미국을 뺀 8개국 가운데 영국과 이탈리아만 항모를 두 척 보유했을 뿐 나머지는 모두 한 척만 운용 중이다. 인도·브라질·태국은 다른 나라에서 항모를 수입해 쓰고 있다. 인도·브라질은 중고 항모를 수리해 쓴다. 브라질은 프랑스로부터 2000년 3만2800t급 포슈함(60년 건조)을 사들여 상파울루함으로 이름을 바꿔 운용하고 있다. 인도는 영국 해군이 53년 진수해 사용하던 2만8700t급 허미스함을 86년 구입해 비라트함으로 이름을 고쳐 쓰고 있다.

태국은 스페인의 바산조선소에서 건조한 1만1000t급 차크리 나루에베트함을 97년 실전 배치했다. 하지만 배치 직후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해 국가 재정이 쪼들리자 아예 부두에 접안한 채 거의 놀리고 있다. 탑재 항공기도 제대로 구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끔 왕실 가족이 탑승해 의전행사나 하는 바람에 국민은 이를 ‘특대형 왕실 요트’라고 부른다. 항모 운영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국력과 경제력이 있어야 함을 보여 주는 사례다.

항모만 달랑 구입한다고 전력이 되는 건 아니다. 항모에는 여러 척의 순양함과 구축함, 핵잠수함을 비롯한 다양한 함선이 따라 붙어 항모 전단을 이뤄야 한다. 항모 방어와 전투 시너지를 위해 필수적이다.

현재 미 해군의 순양함과 구축함은 각기 한 종류밖에 없다. 순양함은 티콘데로가급, 구축함은 얼레이 버크급이다. 모두 이지스 전투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반경 수백㎞에 걸쳐 모든 공중·수상·수중 상황을 파악하고 함대공·함대함미사일로 상대방 전력을 무력화하는 시스템이다. 하늘을 날아오는 탄도·대함미사일을 무력화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전력도 갖추고 있다. 주변 수백㎞ 범위 안의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 그 범위 안의 적 통신과 전자장비를 무력화할 수 있는 정보전과 전자전 능력도 갖추고 있다. 항모 전단이 무서운 것은 가공할 공격력과 함께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이런 방어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미 항모 전단이 대한민국 해군과 연합훈련을 하는 것을 두고 중국이 자꾸 몽니를 드러내고 있다. 전력이 두려워서일까, 한·미 동맹이 더 강고해지는 것을 시기해서일까. 중요한 것은 한국도 미국도 중국도 서로 등지고선 살 수 없는 나라라는 점이다. 대립보다 해법이 필요한 때다. 힘으로는 서로 건드릴 수 없음을 모두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채인택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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