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 자동차 경주 "진짜만큼 짜릿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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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외국의 자동차 경주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아스팔트 트랙. 그 위에서 레이싱 카를 본떠 만든 모형자동차들이 쫓고 쫓기는 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아슬아슬한 코너링이 실제 자동차 경주를 방불케 한다.

'왱-왱'하며 예닐곱대의 모형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굉음이 더욱 현장감을 불어넣어 준다.

앙증맞은 자동차들이 끝없이 질주해 대는 이곳은 경기도 광주시 오포면에 위치한 오포블루웨이서킷. 지난 4월에 문을 연 국내 최대의 무선 모형자동차 경주장이다.

총 길이 4백60m의 아스팔트 트랙과 컴퓨터가 자동조절하는 조명시설은 세계 유수의 트랙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아무리 폭우가 쏟아져도 물이 고이지 않는 첨단 배수시설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오포블루웨이서킷 이한승(37·광주시 오포면)사장은 3년 전 호기심에서 시작한 모형자동차 경주의 매력에 빠져 이 경주장을 만들었다. 개장한 지 4개월밖에 안됐지만 '시설이 세계수준'이라는 매니어들의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대회가 열리는 날이면 1백50여명이 몰려들고 주말에도 50~60명이 찾아와 연습경기 등을 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나 유럽인들도 간간이 이곳을 찾는다. 국제대회에도 출전한 경력이 있는 박한수(36·서울 강동구 성내동)씨는 "트랙의 규모나 시설, 곡선주로의 경사 등의 우수성은 세계 열손가락 안에 든다"고 격찬했다.

李사장은 "국내에 국제 수준의 모형자동차 경기장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조성했다"며 "온가족이 모여 여가를 즐기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형자동차는 흔히 RC(Radio Control)로 불린다. 8분의1로 줄여놓아 크기만 다를 뿐 화려하게 색칠한 차의 외관이나 귀청을 때리는 엔진소리는 실제 레이싱 카와 비슷하다.

2~3초 내에 시속 2백㎞에 다다르는 가속력과 스피드는 오히려 실제 경주용 차를 능가할 정도다.

한국무선모형자동차협회에 따르면 국내 RC 매니어는 15만명 정도. 2000년부터 RC에 전문적 재능이 있으면 대학 특례입학이 가능하게 되면서 이에 관심을 갖는 중·고등학생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RC를 즐길 수 있는 서킷도 열 군데 넘게 새로 생겨났다.

매니어들이 꼽는 RC의 매력은 마음먹은 대로 조종할 수 있고 속도감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직접 부품을 사서 RC를 만들고 수리하는 것도 독특한 재미다.

박광복(38·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씨는 "RC를 통해 흙먼지를 날리며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기분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자랑했다.

RC는 초보자용에서 전문가용까지 다양하며 가격도 20만~3백만원으로 천차만별이다.

초보자는 RC 동호회에 가입해 조립과 수리, 조종방법 등을 상세히 배우는 것이 좋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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