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택시기사 “힘 있는 사람 와야지” 대학생 “대부분 민주당 지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76호 10면

‘KT&G 홍삼공장 내년 착공’(윤진식 후보).
‘반성 없는 이명박 정권 심판’(정기영 후보).

‘충주 사람도 모른다’는 충주의 속마음

충주대를 지나 시외버스터미널로 들어서는 도로가에 나란히 걸린 두 후보의 현수막이다. 28일의 충북 충주 재선거 구도를 뚜렷하게 드러낸다. ‘인물’을 강조하는 한나라당 윤진식 후보와 ‘정권 심판’을 내세운 민주당 정기영 후보의 대결이다.

23일 오후 젊은이들이 많이 모인다는 성서동 현대타운 아파트 앞에 한나라당 대형 버스가 섰다. 안상수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줄이어 버스에서 내렸다. 반팔 셔츠에 파란 조끼를 입은 윤 후보와 셔츠 소매를 둘둘 걷어붙인 안 대표는 시민과 상인들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유세에서도 윤 후보는 ‘경제일꾼’이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안 대표도 “(윤 후보는) 그만큼 대통령께서 사랑하셨다.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장관 10명하고도 바꾸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며 윤 후보를 치켜세웠다.

윤 후보는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그는 이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이끌었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택시기사 이원희(55)씨는 “충주가 발전을 못 했지. 말이 기업도시지, 큰 공장은 못 오잖아. (윤 후보가) 대통령이랑 가까운데 현대그룹을 끌고 온다잖아”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옆에 있던 동료 임병국(50)씨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충주가 면적은 천안보다 넓을 거야. 근데 인구가 22만 명 밖에 안 돼. 그러니까 사람은 없고 전부 논밭이지…. 힘 있는 사람이 와야 해.”

같은 시각, 정 후보는 손학규 상임고문, 박영선 의원과 함께 연수동 거리에 나섰다. 20일에도 박지원 원내대표, 정동영 상임고문과 정 후보 지원에 나섰던 손 고문은 3일 만에 충주를 다시 찾았다. 벌써 네 번째다. 거리유세의 내용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한나라당과 정권에 대한 심판이었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미묘한 변화가 있다. “또 정권 심판론이냐”는 유권자의 반응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22일엔 현수막을 바꿔 달기도 했다. 중심가인 성서동에 걸린 현수막 문구는 도심 진입로에 걸린 그것과 달랐다. ‘도지사와 함께 시장과 함께, 충주 발전 3총사가 되겠습니다’며 충주 발전 3총사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거리에서 만난 젊은이들의 반응은 6·2 지방선거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김대섭(24)씨는 “친구들은 전부 민주당이에요”라고 말했다.

19일 충주 지역 방송 3사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후보가 정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선거를 닷새 앞두고 정 후보와 무소속 맹정섭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선거의 향배를 가를 최대 변수가 됐다. 두 후보는 25일까지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후보를 결정하고 합동유세에 나서기로 했다. 한나라당 출신이면서 노사모 활동 경력이 있는 맹 후보의 표가 어디로 흘러갈지가 승부를 가를 변수다.

윤 후보 측은 “전혀 변수가 아니다”(김학철 대변인)고 말한다. 하지만 거리에서 만난 한 시민은 “충주에 맹정섭 모르는 사람은 없어. 공을 얼마나 들였는지 몰라”라고 했다. 맹 후보가 9년간 닦은 탄탄한 지역 기반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충주는 전통적으로 여론조사가 잘 안 맞는 지역으로 꼽힌다. ‘여론조사의 무덤’이란 말까지 나돌 정도다.

“충주 사람은 여론조사할 때랑 결과랑 달라요. 충주 사람인 나도 그 맘을 몰라요.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이 될 줄 알았다니까요.” 자유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의 말이다. 충주 유권자의 ‘알 수 없는’ 속내처럼 어느 한쪽도 선거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