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법무 해임案 표결 강행 對 시간 끌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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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정길(金正吉)법무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29일 해임안에 대해 표결 강행 방침을 굳혔다. 민주당은 소속 의원들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물리력을 동원해 저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30일까지는 충돌이 유예됐다.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가 "30일 오후 4시 총무회담 때까지 단독국회를 열지 않는다"고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임안 처리에 대한 양당의 입장이 변한 것은 아니어서 대치는 계속되고 있다.

◇"해임안 반드시 처리한다"=한나라당은 해임안 통과를 다짐했고, 또 장담했다. 이규택 총무는 "29일은 민주당과 절충을 시도하고 30, 31일 이틀간 해임안 처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홍보전에도 열심이다. 서청원(徐淸源)대표는 30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金장관은 서울지검 박영관(朴榮琯)특수1부장을 유임시켜 민주당과 검은 커넥션을 유지하려 했다. 과거 장관 시절엔 한빛 게이트, 정현준·진승현 게이트 등 숱한 권력 비리를 축소·은폐했다"며 해임안 처리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해임안 처리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던 박관용 국회의장이 "국회법대로 하겠다"며 표결을 위한 의사진행 방침을 밝힌 데도 고무된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표결에 대비,의원들에게 31일까지 모든 개인 일정을 취소하고 국회 주변에서 대기토록 지시했다. 또 총무단에는 해임안 처리의 당위성을 의원들에게 전파하는 임무가 맡겨졌다.

당내에선 "장대환 지명자의 총리 임명동의안을 부결한 직후에 법무부 장관 해임안을 통과시킬 경우 다수의 횡포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으나 다수는 "이번 기회에 정권 측의 병풍 기도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강경론을 고수하고 있다. 서청원 대표와 김영일(金榮馹)총장·이규택 총무 등이 당내 기류를 주도하고 있다.

◇"물리력으로라도 막겠다"=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제출한 법무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숨가쁘게 움직였다.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는 해임안을 '국법 질서 파괴행위'로 규정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저지하겠다"고 결의했다. 당내에 '국법질서수호특별대책위원회'를 긴급 설치하는 한편 해임안 처리 시한인 31일 오후 2시35분까지 본회의 소집을 저지해 해임안을 자동 폐기시킨다는 전략을 세웠다.

소속 의원들에게는 모든 외부 일정과 약속을 취소하고 의원회관에 머무르라는 비상 대기령이 떨어졌다. 한화갑(韓和甲)대표는 취임 이후 처음으로 3선 이상 의원들을 소집해 오찬 간담회를 열고 당내 중진들의 단합과 결속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어 확대 원내대책회의와 의총을 잇따라 열고 실력 저지 방침을 구체화했다. 우선 朴의장의 사회권 행사를 원천적으로 저지하고 이것이 실패할 경우 회의장에서의 투표행위를 물리력으로 저지한다는 2단계 대응 방침을 채택했다.

민주당은 소속 의원들을 10여명씩 8개 조로 편성, 의장실과 의장 공관, 국회 본회의장과 예결특위 회의장 등을 담당하며 한나라당의 단독 처리를 막기로 했으나 30일 오후 4시까지 단독국회를 열지 않기로 한 총무회담 결과가 알려지자 일단 비상 상황을 해제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밤 늦게 총무단 회의를 소집하고 30일 오전 의총을 다시 소집해 해임안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나현철·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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