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 출범] "돈 되는 일이라면 이발소·술집도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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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사장으로 취임하면 철도공사가 초일류기업으로 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데 진력하겠다."

철도공사 출범 준비로 경황이 없던 신광순(56.사진) 한국철도공사 초대사장은 강한 의욕을 보이면서도 부담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100여년 만에 철도가 국가의 손에서 벗어나 독자생존의 길을 걷는데 쉬운 게 있겠느냐"고 말을 꺼낸 신 사장은 곧바로 걱정을 털어놨다. "예상치를 밑도는 고속철도 수입이나 눈덩이 같은 누적부채만 생각하면 커다란 바위를 짊어진 것 같다."

그는 "고속철 부채 가운데 정부가 50%는 책임져야 하는데… 인천공항이나 도로공사의 부채도 절반가량 정부가 책임지면서 유독 철도만 정부 책임지분을 35%로 낮췄다"고 한 뒤 "(공사 출범) 초기에는 정부가 좀 도와줘야 하는데, 영 안 먹힌다"고 아쉬워했다.

신 사장은 "정부가 조금만 도와주면 서비스 개선과 부대수익사업 창출을 통해 2019년에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필요하면 요식업에도 진출하고 일본처럼 이발소와 맥줏집도 할 수 있다. 10여명이 타고 내리는, 수익성 없는 역은 과감히 정비하고 일반 역도 무인화를 통해 인건비를 줄일 계획"이라고 경영비전을 밝혔다. 돈 되는 일은 모두 하겠다는 것이다.

공사 출범 뒤 큰 걸림돌이 될 노조 문제에 대해 그는 "경제사정이나 국민정서를 봐서라도 같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신 사장은 1980년 국방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84년 철도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철도청 시설본부장.건설 본부장.차장을 거쳐 지난해 10월 철도청장에 취임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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