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교수 病은 '마음의 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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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연세대 마광수(51)교수의 우울증 소식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1992년 소설 『즐거운 사라』(음란물 제조 혐의)로 구속, 이듬해 연세대에서 보직 해임, 98년 복직, 2년 뒤 국문과 인사위원회의 재임용 탈락 결정…. 계속된 '수난'에 결국 그는 세상을 등지기로 작심한 듯하다.

마교수의 투병에 관한 보도가 나가자(본지 8월 23일 31면) 기자의 e-메일과 중앙일보 인터넷 사이트에는 그를 격려하는 내용의 글이 무수히 올랐다. 나아가 "마교수의 수난은 한국 사회의 저질성을 보여준다"거나 "차이를 용납하지 않는 한국 사회가 마교수를 망가뜨렸다"는 격앙된 목소리도 나왔다.

마교수는 현재 기력이 쇠해 부축을 받지 않으면 걷기 힘들 정도다. 병문안을 갔던 후배·제자들도 "저 모습으로 살아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라며 애통해 하고 있다. 마교수는 "이 모든 것은 '마음의 병'이다. 검열에 걸릴까봐 모든 게 두렵다. 더 이상 살 수가 없다. 완전히 기진맥진해 있다. 죽고만 싶다"고 토로했다.

'마음의 병'이란 그가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검찰과 법원에 의해 음란물 제조자가 되고, "창작물도 업적으로 인정해달라"고 했지만 동료 교수들에 의해 "논문실적이 부실한 자격 미달 교수"로 평가받은 데서 비롯됐다.

물론 이같은 결정을 무조건 매도할 수는 없다. 당대의 평균적 도덕과 교수 업적 평가 시스템을 기반으로 해 내린 결정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성적 표현의 한계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으며 논문 스타일의 글쓰기가 갖는 문제점도 크게 대두하고 있는 게 요즘의 사정이다.

이런 현재 진행형의 문제 틀 속에서 유독 마교수만 수난의 대상이 돼야 하는 이유는 뭘까. 그가 맨 앞자리에 서서 자신을 너무 솔직하게 밖으로 드러냈기 때문이 아닐까. 다만 문제점은 어딘가 숨어 있거나 잠복해 있을 뿐-. 그렇다면 마교수의 '마음의 병'에서 본말이 전도된 한국 사회의 쓸쓸한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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