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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 '나들이 치료' 효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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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9면

정신과환자 황모(47·여)씨는 지난 23일 아주 '특별한 외출'을 했다. 정신분열증이 발병한 지 25년 만에 처음으로 1박2일 야외 나들이를 한 것.그녀는 함께 동행할 환자와 의료진이 먹을 밑반찬을 준비하고, 정성들여 목욕도 했다. 평소 남에게 식사를 의존하고, 청결에 무관심했던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 그녀는 그날 밤 설렘에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고 했다.

세브란스 정신과가 운영하는 낮병원이 야외에서 극히 이례적인 프로그램을 시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신과 개설 이후 처음으로 환자들을 대상으로 단체 야외 재활교육을 '감행'한 것이다.

10대 후반에서 40대까지의 정신질환자 26명은 이틀 동안 4명씩 조를 짜 평생 해보지 않은 식사를 직접 준비하고, 게임과 단체활동을 하며 재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불안으로 출발 전 경직돼 있던 환자들은 흥미있는 프로그램에 서서히 녹아들며 캠프파이어 시간에는 노래와 춤까지 추면서 즐거움을 만끽했다. 이들을 고립시키려고만 한 사회의 편견이 오히려 무색할 정도로 완벽한 단체활동을 수행한 것이다. 병원측은 의사 5명, 사회사업사·자원봉사자 10명이 조별로 환자들을 도와주며 혹시 나타날 환청이나 망상과 같은 증상에 대비했지만 쓸데없는 우려에 불과했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환자들의 사회기술 훈련을 통해 대인관계 개선과 공동체 의식을 고취시키자는 것. 이인삼각 게임, 조별 노래자랑, 그리고 각자의 장점을 글로 칭찬해주는 롤링 페이퍼를 교환하면서 이들은 닫혀 있던 마음의 빗장을 풀었다.

사회사업사인 박소라씨는 "환자들과 의료진이 함께 목욕을 하며 치료자의 권위를 벗어버리고, 이들의 평생 길동무가 되는 행사이기도 했다"며 "정신질환자들의 사회재활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사회의 인식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낮병원 연락처:02-361-6119,6120.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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