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재건 한창인 아이티의 상공장관 페티에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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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대지진이라는 재앙을 딛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1월12일 지진으로 온 나라가 폐허가 된 아이티의 상공장관 조슬린 페티에르(65·사진)의 말이다. 아이티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한 한국의 지원에 감사를 표하고 재건사업에 대해 한국 정부와 협의차 방한한 그를 22일 만났다. 강도 7.0의 지진으로 순식간에 모든 것이 무너진 그날, 페티에르 장관은 집무실에서 업무 중이었다. 순간적으로 “신이여 이 재앙을 이겨낼 용기를 주소서”라는 기도의 말이 머리를 스쳤다고 했다.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선 대통령 관저부터 페티에르 장관의 집무실까지 거의 모든 건물이 먼지로 무너졌다. 하지만 그는 “이제는 희망을 일굴 시간”이라며 “‘세상엔 완벽한 행복도 없고, 절대적인 좌절도 없다’는 게 내 좌우명이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방한 목적은.

“한국 정부와 국민이 아이티에 보내준 지원에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이 첫째 이유다. 한국·미국·프랑스 등 국제사회에서 보내준 구호물자 덕에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 경제 재건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이번 지진에서 대통령과 장관들은 모두 무사했다. 신께서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는 뜻으로 살리셨다고 생각한다.”

-현재 아이티 상황은.

“여전히 비상 상황이지만 진정 국면이다.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오고 있고 국민도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구호로 지진의 충격을 달랬다면, 이제는 중장기적 복구 계획을 짜야한다. 허비할 시간이 없다.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아이티 정부가 세운 구체적 방안은 무엇인가.

“일자리 창출이 주요 정책 목표다. 그러기 위해선 재건 사업이 중요하고 경제 부흥이 우선이다. 품위 있는 삶을 위해선 일자리가 필수다. 이를 위해 미주개발은행(IDB)와 함께 한국정부에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외곽에 경제공업단지를 건설하자고 제의했다. 이번 방한엔 재무부 부장관도 함께 와 한국의 외교통상부·기획재정부 인사들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티는 매력적인 투자처다.”

-이유는.

“우선, 지진 발생 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20년까지 아이티에서 들어오는 수출품 중 섬유 관련 물품에 대해서는 면세를 해주겠다는 법안에 서명했다. 뿐만 아니다. 아이티 정부는 외국 투자자들에게 15년간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여기에 아이티 인구의 75%가 30세 미만이라는 통계도 있다. 젊고 에너지 넘치는 노동력이 있는 시장이란 뜻이다. 아이티는 문을 활짝 열고 세계를 기다린다.”

글=전수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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