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교류 3대 과제]中 "수출하려면 농산물 사라" 압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67면

지난달 25일 중국 외교부 왕이(王毅)부부장(차관급)이 한국 특파원단을 외교부 청사로 초청해 점심을 같이 했다. 이 자리에서 王부부장은 "중국은 한국에 1백억달러나 투자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중(對中)투자가 실행 기준으로 50억달러가 넘었고, 중국의 대한(對韓)투자는 2억4천만달러에 불과한데 이게 무슨 망발인가 했는데, 이어지는 王부부장의 해석이 재미있다.

"한국이 지난해 중국에서 챙겨간 흑자가 1백9억달러다. 이게 곧 중국이 한국에 투자한 돈이 아닌가."

모두 웃어넘겼지만 사실 뼈 있는 얘기였다.중국이 한국측에 늘 강조하는 단골 메뉴 중 하나가 바로 무역역조의 시정이다. 중국산 농수산물을 더 많이 수입하라고 강청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중국 농수산물의 유입을 마냥 방치하면 우리 식탁은 온통 중국산 차지가 되고, 3년내 한국 농어촌은 결딴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막고 있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00년에 터져나온 마늘 분쟁이다.

당시 한국 정부는 1천5백만달러어치의 중국산 마늘 수입을 막으려고 긴급 수입제한 조치를 취했다가 중국으로부터 5억달러어치에 해당하는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금지 조치를 당했다. 당시 "정정당당하게 빨리 해결하고 돌아오라"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베이징에 왔던 한국 대표단이 중국측과 합의한 내용이 '2003년부터 중국산 마늘 수입을 자유화한다'는 것으로 뒤늦게 밝혀지면서 농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오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뿐만 아니다. 납이 검출된 중국산 꽃게, 복어에 이어 최근엔 중국산 유해 감비차(減肥茶)까지 등장해 한국인을 흥분시키지만,중국은 다량으로 밀려드는 한국산 휴대전화 때문에 몹시 불쾌한 기색이다. 해법은 없을까.

"교역이 늘어나면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런 일이에요. 문제는 갈등을 해결하는 노하우지요."

중국대사를 지낸 홍순영(洪淳瑛)씨가 말하는 노하우는 간단하다.

상대방이 우호적으로 나오기를 순진하게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무역 규모에 걸맞은 통상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양국 간 교역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한쪽이 '지나치게 버는' 일은 체계적으로 막자는 것이다.

"한·중 교류는 역사적으로 단 한번도 끊긴 적이 없어요. 단지 양(量)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지요." 중국의 석학 지셴린(季羨林·91) 베이징(北京)대 교수는 한·중 양국을 '영원한 이웃'이라고 정의했다. 이웃이 언제나 좋을 수는 없다. 가끔 다투기도 한다. 그러나 '이웃'의 기본적인 문화 코드는 친근함과 따뜻함이다. 1992년 수교 당시 64억달러에 못미쳤던 양국간 교역액은 10년 만에 3백15억달러로 껑충 뛰었다. 인적 왕래도 10년 전 8만8천명에서 2백만명을 돌파했다. 교류가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마찰도 많아진다. 무역 분쟁과 탈북자, 조선족 문제는 한·중 간에 가로놓인 세 가지 현안이다. 한·중간 세가지 갈등을 집중 점검해 봄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