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왕' 祖父의 가르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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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철저한 장사꾼이셨던 할아버지(매헌 박승직)의 가장 큰 가르침은 '손님이 왕'이라는 것이다.

1896년 서울 종로4가에서 포목점 '박승직 상점'(두산그룹의 모태)을 연 할아버지께선 종업원과 집안 식구들에게 "손님이 뺨을 때리거든 그 손을 붙잡으며 '손님, 손이 얼마나 아프십니까'라고 말하라"고 가르치셨다. 요즘 말로 하면 모든 것을 손님 입장에서 먼저 이해하는 '고객우선주의'라고 할까.

나는 할아버지의 이 귀한 가르침을 지금도 직원들에게 누누이 강조한다.

할아버지께선 또 식구들이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집안이 잘 된다고 믿으셨다. 설령 가장이 소를 지붕 위로 끌어올리라는 터무니없는 지시를 하더라도 온 가족이 믿고 따라야 한다고까지 말씀하셨다.

그래서인지 우리 형제들(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박용오 ㈜두산 회장, 박용만 ㈜두산 전략기획본부 사장 등)은 유독 사이가 좋다.

외환위기가 터진 뒤 나와 형제들은 '팔 만한 것을 다 팔아서라도 살아남자. 그래야 재기할 수 있다'며 마음을 합쳐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에 팔을 걷어붙였다.

할아버지 때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가르침 중 하나는 '남의 밥을 먼저 먹어보라'는 것이다.

나도 상업은행 행원으로 시작해 한국·한양투자금융에서 젊음을 불살랐다. 큰아들(박진원 ㈜두산 부장은 두산그룹에 입사하기 전 대한항공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 때 힘든 자리로 꼽히는 공항 수화물센터로 발령내 달라고 '압력(?)'을 넣었던 기억이 난다.

경제는 생활이고, 가정에서 그 첫 단추를 낀다. 성공한 경제인들은 어릴 때 집안에서 무엇을 깨치고 실천했는지, 또 자녀에게 어떻게 가르치는지 직접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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