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이기는 어린이 아이스하키팀-"컴퓨터 게임보다 재미있고 신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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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센터로 패스해야지! 보디 체크!"

매주 토·일요일 오후 경기도 분당 올림픽스포츠센터 아이스링크에서는 어린이들이 자기의 키보다 큰 스틱을 휘두르며 아이스하키 경기에 열중한다. 무거워 보이는 헬멧과 마스크·가슴보호대 등으로 중무장을 했지만 방향을 요리조리 바꾸는 모습이 제비처럼 날렵하다. 거친 어깨싸움에 넘어지려 하다가도 금세 균형을 잡고 얼음 위를 달리는 투지가 프로선수를 뺨친다.

지치지 않고 빙판을 휘도는 꼬마들은 드래곤즈 어린이 아이스하키단 선수들. 다음달에 있을 '서울시장배 전국 아이스하키 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마무리 연습이 한창이다. 바깥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얼음 위에 있는 아이들의 입에서는 입김이 하얗게 나온다. 하지만 훈련에 열중한 아이들의 유니폼은 땀으로 젖어 있다.

1994년 창단한 이 아이스하키단은 3년 전까지만 해도 단원이 10명을 갓 넘을 정도로 명맥만 유지했으나 얼음을 가까이 하는 여름운동이라는 매력이 알려지면서 지금은 유치원생부터 중학생까지 25명의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에서 오는 아이들이 절반이나 된다.

일곱살 때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이호준(10·내정초교 3년)군은 "연습이 힘들 때도 있으나 경기를 하다보면 너무 재미있어 다 잊는다"며 "팀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동심도 생긴다"고 말했다. 다른 어린이들도 "컴퓨터 게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신이 나 스틱 놓기가 싫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들이 경기하는 것을 구경만 하다 부모들이 직접 아이스하키에 입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변호영(40·서울 강남구 대치동)씨는 아들이 빙판을 누비는 모습에 반해 올해 초 아예 아이스하키 장비를 마련, 성인 아이스하키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변씨는 "먼발치에서 아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스하키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며 "나이가 들어서 쉽지는 않지만 박진감을 느끼는데 이만한 운동이 없다"고 자랑했다.

초보자들이 아이스하키에 입문하면 스케이팅부터 배운다. 다음엔 스케이트를 신고 균형을 잡는 법부터 시작해 빙판 위에서 걷는 방법, 멈추는 방법, 급회전 하는 방법 등을 차례로 연습한다. 이후 스틱을 잡는 기본자세와 슈팅·드리블 등을 숙달한 뒤 실제 게임에서 뛰게 된다.

드래곤즈 어린이 아이스하키단 오솔길(34)감독은 "아이스하키는 장비를 들고 하는데다 운동량도 많기 때문에 실제 게임에서 3분만 뛰어도 온 몸이 땀으로 젖는다"며 "특히 전신을 이용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어린이들의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아이스하키 클럽은 모두 50여개. 이 가운데 어린이 클럽은 20개 정도가 있다. 99년만해도 10개가 채 안됐던 어린이 클럽이 아이스하키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3년 사이에 두배로 증가했다.

어린이 아이스하키팀의 가입 비용은 월 15만~20만원. 장비를 빌릴 경우 5만원 정도 더 든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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