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 완도군 재정위기 없는 이유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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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막대한 예산을 들여 호화 청사를 지은 경기도 성남시가 국토해양부에 갚아야 할 판교 특별회계 전용금에 대해 지불유예를 선언한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무리한 청사 건립과 방만한 재정 운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전남 강진군은 건립한 지 32년이 지나 낡은 청사를 계속 사용 중이며, 완도군은 지방채가 3억5000만원에 불과하다.

강진군에 따르면 강진읍 남성리에 있는 군 청사가 1978년 완공된 건물이고, 규모가 부지 7304㎡, 지하 1층, 지상 4층, 건축연면적 5122㎡에 지나지 않는다.

건축한 지 32년이 지난 강진군 청사. 건물이 낡았을 뿐 아니라 비좁아 자투리 공간까지 모두 사무실로 활용하고 있다. [강진군 제공]

건축한 지 오래돼 주요 구조부에 균열이 생겨 2002년 안전진단을 한 결과 C등급 판정을 받아 1억원을 들여 보강한 뒤 계속 사용하고 있다. 강진군 회계팀의 김기천씨는 “건물 구조가 옛날 방식이라서 불편한 게 적지 않고, 본청 직원 270여명과 민원인들이 이용하기에 비좁다”며 “사무실이 모자라서 사각(死角)지대나 귀퉁이·자투리 공간까지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모델링도 검토해 봤지만, 기둥·보가 튼튼하지 않아 이 부분까지 보강해 전면적으로 수선하자면 비용이 많이 들어 포기했다.

황주홍 강진군수는 “청사를 신축하자면 200억원 이상 든다”며 “직원과 민원인들이 조금 불편한 것을 참아 주면, 청사 신축에 들어갈 만큼의 예산을 지역 발전과 주민 복지에 훨씬 이로운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완도군은 지방채가 3억5000만원에 그쳐 주목을 받고 있다. 지방채는 지방자치단체가 사업 시행 등에 필요한 재원이 모자랄 때 내는 빚을 말한다. 전남 22개 시·군의 지난해 말 기준 지방채 평균은 약 220억원이다.

완도군에 따르면 2002년 김종식 군수 취임 때 농공단지 조성 등 4개 사업의 지방채가 117억5000만원이었으나 이를 갚아 나가면서 신규 지방채 발행을 억제, 현재 3억5000만원밖에 남지 않았다. 김 군수 취임 이후 지금까지 지방채 발행은 2004년 군 청사 건립비가 모자라 5억원을 발행한 것뿐이다.

김 군수는 “90% 이상 중앙정부의 지원금에 의존하는 터라서 재정 운영에 어려움이 많으며, 운용 가능한 예산 범위에서만 사업을 추진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완도군의 올해 본 예산 일반회계 규모는 3031억원이며, 이 가운데 지방세·세외수입 등 자체 세입의 비율은 9.5%다.

김 군수는 “꼭 해야 할 사업들은 농촌마을 종합개발과 농어촌 테마공원 조성, 향토산업 육성 등 정부 부처가 공모하는 사업에 적극 응모해 선정됨으로써 사업비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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