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문화 정착 계기 됐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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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사이버 안티로 대표되는 비판 문화가 우리나라에서 활발해진 것은 불과 몇년 전부터다.

주변에서 비판 문화를 찾기 어려웠다는 사실은 뒤집어보면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돼 있었음을 보여준다. 여러 가지 사회적 제약 때문에 불만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고, 공론화시키지 못했던 까닭이다.

그러다가 인터넷이라는 분출구를 찾았다. 인터넷은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의사 교환이 자유롭다. 그러므로 불만을 집단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 폭발적인 수요가 생긴 것이다.

이렇듯 인터넷을 통한 적극적인 불만 표출은 '안티 문화'로까지 발전했다. 그런데 안티 문화가 건전하게 정착하지 못하고, 맹목적인 반대나 인신공격으로 흐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고등학생은 독립투사의 얼굴 사진에 일장기를 그려 넣고, 일본의 과거 제국주의 행각을 옹호하는 반국가적인 안티 사이트를 만든 적도 있다. 다른 문화가 그러하듯 사이버 안티 문화도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의식에 따라 질이 결정된다.

따라서 단순히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 스타나 가수의 경쟁 상대이기 때문에 특정 선수나 가수를 반대하는 등의 '안티'는 위험하다.

건전한 비판 의식으로 접근해야 사이버 안티 문화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파당을 지어 정쟁을 일삼고 중상모략으로 사회에 커다란 해악을 끼친 사례를 무수히 봐왔지 않은가.

(본지 학생 명예기자·충남 호서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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