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에 빠진 사람들 늘배움공동체 ‘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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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에게는 시험에 나오는 역사적 사실일 뿐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과거를 살았던 누군가의 생생한 삶이다. 어떤 이에게는 불필요한 학문이지만 다른 이에게는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주는 밑거름이 된다. 바로 ‘인문학’ 이야기다.

회원끼리 서로 배우고 가르치고

인문학은 사람의 마음을 바꾸고, 나아가 생활과 인생을 바꿔 주는 매력을 지닌다. 그 때문인지 최근 인문학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대화도서관 옆의 조그만 공원. 그 곳에 울려퍼지는 웃음 소리를 따라 가보니 동그란 나무 탁자에 둘러 앉아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이 보인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그러다 이내 진지한 얼굴로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울인다. ‘늘배움공동체 움(wom)’의 모임이 있는 날이면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움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공동체로, 여성(woman)과 남성(man)의 합성어다. '배움·움트다' 의 '움'을 뜻하기도 한다.

대표를 맡고 있는 조현주(50·일산서구 대화동)씨는 “지나가는 이들이 앉아 수다도 떨고 장기도 둘 수 있는 나무 그늘을 생각하며움을 만들었다”며 “움은 배움과 나눔을 함께 하기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매주 월요일 열리는 인문학 모임에서는 김영랑·김기린 등 한국 시인들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전직 국어교사인 유진숙(44·일산서구 대화동)씨가 모임을 이끈다. 유씨는 “모임을 통해시나 소설이 시험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시인과 소설가의 삶을 향유할 수 있는 창이 된다”며 “학교에서 공부하지 못한 새로운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움의 가장 큰 보물은 회원이다. 저마다 문학·역사·생태학·정치학 등을 전공한데다 각자 최소 4년, 길게는 10년씩 인문학 공부를 해온 덕분에 움의 지식창고는 늘 가득차 있다. 모임이 있을 때마다 회원들은 돌아가며 가르치는 역할을 맡아 다른 회원들에게 배움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배움을 선물하는 회원은 나눔의 보람을 느낀다. 단순히 지식을 채워나가기 보다 스스로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뜻이 이들을 움으로 모이게 했다.

그렇게 모임을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지금 활동 중인 회원은 10명이다. 학교와 학원에서 강의를 했던 교사에서 청소년 공동체 대표,시의원까지 회원들의 경력도 다양하다. 저마다 ‘고양시’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낸 사람들이다.

인적 자원을 하나로 묶는 ‘인문학 연대’

‘고양시’라는 둥지는 움의 시작이다. 회원들은 움을 통해 지역 봉사를 하겠다는 뜻에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경희(41·일산동구 정발산동)씨는“배움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배움을 나눔으로써 지역에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녁어린이도서관등 지역내 다른 인문학 모임과의 연대 활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고양지역 인문학 연대모임인 '고양인문학연대'는 다음달 23일『나는 나무처럼 살고싶다』의 저자 우종영씨의 생태 관련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저자와의 만남은 배움의 폭을 넓혀주는 것은 물론 지역에 좋은 책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이미 소설가 현기영씨와 시인 신경림씨와의 만남이 지역 사람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올 여름, 인문학의 매력에 빠지고 싶은 모두에게 움(http://cafe.daum.net/wom2010)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사진설명]늘배움공동체 ‘움’의 회원들이 인문학 강의를 듣기 위해 모였다. 이들에게 인문학은 배움을 통한 나눔의 의미를 지닌다.

< 송정 기자 asitwere@joonang.co.kr / 사진=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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