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수로 1 호기 2008년 완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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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7일 북한에 제공할 경수로 발전소 본체 콘크리트 타설 행사를 갖게 됨으로써 경수로 공사가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1997년 이래 시작된 부지 조성과 기반 공사를 마치고 경수로 본체 공사가 막을 올린 만큼 경수로 완공이 가시권에 들아오게 된 것이다. 특히 북한이 남북, 북·미간 교착상황에서도 경수로에 대해 강한 애착을 보인 점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경수로 공사는 한반도 정세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경수로 본체 공사에 따라 북한도 핵사찰 수용이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더욱 강하게 받게 됐다. 미국은 경수로의 핵심부품이 반입되는 시기가 2005년 여름께이지만 핵사찰에 3~4년이 걸리는 만큼 94년의 제네바 합의에 따라 지금부터 핵사찰이 시작돼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공사 현황=전체 2백70만평 부지의 경수로 공사는 97년 8월 부지 조성 작업으로 시작됐다. 본격적인 공사는 99년 12월 KEDO-한전이 턴키 방식으로 주계약을 체결한 뒤 시작됐으며, 지난 7월 말 본관 기초굴착 공사를 마쳤다.

현재는 경수로 기반시설 공사가 거의 끝난 단계로 전체 공정 가운데 22%를 마쳤다.

7일 시작하는 콘크리트 타설은 경수로의 '기초공사'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 작업이 끝나면 경수로 부품 반입·조립작업에 들어간다.공사 기간은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추정되며 북한이 경수로 공사 진척에 따라 핵사찰을 수용하게 되면 2008년께 1호기가 완공된다. 2호기는 2009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경수로 공사에는 ▶남한 7백70여명▶북한 96명▶우즈베키스탄 6백34명 등 모두 1천5백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쟁점=북한의 핵사찰 수용에 관한 태도에 따라 경수로 공사의 순항 여부가 판가름난다. 제네바 합의상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수용하지 않는 한 원자로의 핵심부품 반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핵사찰이 발등의 불이라는 입장이다. 더구나 미국 의회 내 보수 강경세력들은 경수로에서도 원자탄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이 사업 폐기를 주장하기도 한다.

북한도 강경한 입장이다.당초 북·미 양측이 2003년께를 완공 목표로 한 점을 들어 공사 지연에 따른 전력 보상이 사찰보다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북한이 경수로 사업에 대해 협력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에 미뤄 핵사찰 수용에 유연한 입장을 보일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북한의 원자력 관계자들은 남북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도 올 들어 두차례에 걸쳐 한국을 방문, 우리의 원자력 시설을 시찰한 바 있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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