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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시아 대재앙] 한국 119 구조대 끄라비주 긴급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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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망.실종자가 가장 많은 끄라비주로 출동한다."

3일 오후 태국 남부의 팡아주에 있는 카오락 국립공원. 한국 119구조대원 15명이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이곳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카오락 해변에서 실종된 한국인 신혼부부 3명을 찾기 위해서다.

류해운(48.소방정)대장은 잔디밭에서 햇반.감자탕으로 점심을 때우던 대원들에게 긴급 출동 명령을 내렸다. 대원들은 즉각 흩어졌다. 한 시간 만에 두 개의 대형 텐트를 걷어내고 각종 구조장비를 꾸렸다. 결연한 표정으로 대형 트럭에 올랐다.

이들은 오후부터 외국인 인명 피해가 가장 큰 끄라비주로 옮겼다. 이 지역엔 지난해 12월 26일 서너 차례의 지진해일이 밀어닥쳤다. 2000여명이 사망.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교민은 "태국 군경이 1000여구를 찾았으나 아직도 섬 안쪽에는 썩어가는 시신이 도처에 깔려 있다"고 전했다. 태국 당국은 지금도 민간인의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구조팀은 이날까지 카오락에서 11구의 시신을 찾아냈다. 섭씨 30도의 폭염 속에서 포클레인으로 건물 잔해 더미를 파헤치고 대원들은 시체 썩는 악취와 먼지.흙탕물과 싸웠다.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12시간 동안 강행군하고 있다. 이인선(38)소방교는 "부패한 시신 중 일부에서 구더기가 보인다"고 말했다. 전날엔 동양인 여성의 다리 한쪽을 찾았다. 지난 1일 시작된 해상 수색 결과 "개펄이 된 바다 밑에는 시신이 하나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카오락 휴양단지에선 자국민 실종자가 발생한 싱가포르(80명).홍콩(50명).독일(50명)의 구조팀이 파견됐다. 싱가포르는 헬리콥터까지 띄웠다. 각국의 구조팀 간에 실종자 시신을 찾는 열기가 뜨겁다.

119 대원은 이날 전열을 재정비했다. 당초 목표로 했던 한국인 실종자를 한 명도 찾지 못했지만 국제 구조활동을 본격화한다는 것이다. 류 대장은 3일 오전 윤지준 주(駐)태국 한국 대사와 함께 유족들을 만났다. 그는 "한국인 실종 지역을 중심으로 반경 500m를 샅샅이 뒤졌다.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50대 후반의 유족이 "2~3명의 정예 대원을 남겨 한국구조연합회(회장 정동남) 대원 30여명과 함께 작업을 계속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곳에 온 119 구조대원들은 5년 전부터 터키.대만.알제리.이란 대지진의 현장을 누볐다. 이란 대지진(2003년 12월) 당시엔 57구의 시신을 발견해 다른 구조팀을 훨씬 앞질렀다. 대원들은 "생존 가능성으로 따지면 지진보다 해일이 더 무서운 것 같다"며 입을 모았다.

푸껫=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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