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4개 증권사 하반기 증시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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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외국계 증권사들은 종합주가지수가 3분기 중에 650 밑으로 떨어지고, 연말에도 750~900선에 머무는 등 하반기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지지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표적인 외국계 증권사의 리서치(조사·분석) 담당 임원 4명은 4일 본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표 참조>

이는 국내 증권사보다 다소 비관적인 것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최근 연말 지수 목표치를 잇따라 내린 가운데 대략 900~1,000선을 제시하고 있다.

외국계 임원들은 특히 "올해 안에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로 주식을 살 가능성은 크지 않은 만큼 개인투자자는 시장의 방향성이 확인될 때까지 주식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월 고점 돌파 버겁다"=국내 증시의 올해 저점 시기를 3분기로 예상했다. 특히 SG증권은 3분기에 600~630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았다.

그 근거로 당분간 미국 증시가 빠른 회복세를 타기 힘들 것 같은 데다 국내 기관·개인들이 외국인들의 이익 실현 매물을 받아낼 만큼 매수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 등을 들었다.

또 4분기에는 주가가 회복세를 타겠지만 지난 4월 18일 기록했던 올해 종합주가지수 최고치(937)를 돌파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SG증권 고원종 상무는 "상반기에 한국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는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하반기의 실적 호전 추세가 증시에 미치는 파급력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리먼브러더스 윤용철 상무는 "한국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의 대외의존도가 커 미국 시장이 안정돼 해외 주식형 펀드의 환매가 진정되지 않고서는 당분간 국내 증시 회복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원화 강세 등으로 수출 회복세가 미진한 만큼 내수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근거가 제시돼야 한·미 증시의 차별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 증시 아직 바닥 아니다"=미국 주가가 바닥권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아직 바닥을 확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高상무는 "미국 주가 하락으로 소비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회계부정에 따른 신뢰 위기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며 "미국의 주가 바닥은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尹상무도 "미국 기업 경영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고 미국·이라크 전쟁 가능성이 제거될 때까지 주가 바닥론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UBS워버그증권은 다우존스지수가 7,700~8,000에서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은 바닥 형성의 초기 단계로 본다고 밝혔다.

◇"외국인 순매수 전환 쉽지 않다"=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당분간 큰 폭의 순매수로 돌아설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미 증시의 불확실성이 제거될 때까지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ING베어링증권 목영충 상무는 "연말까지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미국 증시 약세를 이겨낼 만큼 탄탄한 것으로 확인돼야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사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UBS워버그증권 이승훈 부지점장은 "하반기에 해외 뮤추얼펀드들이 신흥시장국으로 분류되는 한국 주식을 많이 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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