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파워 소프트 코리아] 1. '제2의 보아' 꿈꾸는 중국 청소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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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댄스그룹 '신화'의 팬인 중국 베이징 성지 예술학교 학생들이 한국 댄스를 본뜬 춤을 추고 있다.베이징=박종근 기자

지난해 12월 4일 오전 베이징 스징산(石景山)구에 위치한 성지(盛基)예술학교. 수업이 없는 토요일이지만 춤을 마음껏 출 수 있는 강당에는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안녕하세요."강당 문을 여는 기자를 반기는 왕옌전(王淵震)의 입에선 거침없이 한국어가 터져 나온다. 올해 19세로 무도학과 2학년인 그의 꿈은 한국의 '신화'같은 멋진 댄스 그룹을 결성하는 것이다. "2000년 H.O.T의 베이징 공연을 보고 결심했어요." 민간 학교인 성지예술학교에 입학한 것도 이 같은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같은 꿈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수업이 끝난 뒤 하루 평균 4시간씩 춤 연습에 열중한다. 이들의 안무 선생님은 한국인이다. '감사합니다'등 간단한 한국어도 배웠다. 왕옌전과 친구들의 열정적인 율동이 강당을 한창 달굴 즈음 털모자를 쓴 음악학과 2학년 예단(葉丹)이 나타난다. 그 또한 한국의 댄스 뮤직과 춤에 푹 빠진 중국 청소년들을 일컫는 '하한주(哈韓族)'의 하나다. "한국 음악과 춤은 활력과 젊음이 넘쳐요."보아를 좋아한다는 그는 리드 싱어가 되는 게 목표다.

"그냥 즐기면 되는 것 아니에요?"한류(韓流)에 대한 양샤오쥐안(楊曉娟.무도학과 1학년)의 생각이다. 중국 청소년들이 즐기는 '지에우(街舞.길거리 춤)'도 대부분 한국 댄스를 본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들 한국소프트를 즐기는 중국 청소년들에게선 중국이 '항미원조(抗美援朝.북한을 도와 미국에 대항)'전쟁이라 부르는 '6.25'는 잊혀진 느낌이다. 중국 내 한류 붐은 고작 1~2년일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여전히 건재하다. 전국적인 지명도가 있는 한류 열성팬 클럽만 28개가량이고, 회원은 5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H.O.T 출신 강타 팬을 중심으로 2003년 결성된 N-Dream의 경우 자진해서 회비를 걷어 강타 홍보활동에 나서고 있다. 열두 곳의 한류 팬클럽과 자료.정보를 교환하고 있는 한국관광공사 베이징사무소의 안용훈 지사장은 "한류 스타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양국 관계를 가깝게 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별취재팀
사진=베이징 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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