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이라크 핵사찰단 미국이 정치적 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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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이 유엔 이라크 핵사찰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스웨덴 국적의 롤프 에케우스 전 유엔 이라크 핵사찰단장이 "핵시설 사찰을 위해 이라크에 들어간 사찰단에 대해 미국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나 핵과 관련없는 일반 군사시설에 대한 정보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가 30일 보도했다.

신문은 에케우스 전 단장이 스웨덴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미국은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와 군사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찰단에 압박을 가한 것"이라 주장했다고 전했다. 에케우스는 또 "내가 이끌던 사찰단에 미국이 자국 정보요원 두명을 심어놓은 사실을 1997년 단장에서 물러난 뒤 알게 됐다"며 "미국의 압박은 97년부터 미국의 이라크 공습이 재개된 98년 말까지 크게 고조됐다"고 말했다.

이라크는 98년 미국·영국의 대규모 공습을 받자 유엔사찰단을 추방했으며, 이후 국제사회의 사찰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이라크의 나지 사브리 외무장관은 지난달 "미국은 이라크에 대한 군사작전을 위해 사찰단의 복귀를 주장하고 있다"며 빈에서 열릴 예정이던 유엔과 이라크간 무기사찰 재개 회담을 무산시킨 바 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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