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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는 못 믿고 애플은 믿습니까?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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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호 26면

리스크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 도요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가속페달에 문제가 있다는 불만과 그로 인한 사고가 2000여 건이 접수됐지만 이를 과소평가했다. 그러다 일이 터졌다. 올해 초 유튜브에 2009년 8월 28일 저녁에 일어났던 사고 동영상이 올라왔다. 렉서스 탑승객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였다. 불만이 들끓었다. 그러나 도요타 측은 미적지근하게 대응했다.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은 미 의회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다 압박에 못 이겨 나오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까지 도요타는 가속페달 문제로만 850만 대를 리콜했다. 1월 중순 4200엔을 웃돌던 주가는 급락해 최근엔 3100엔 선으로 주저앉았다. ‘품질의 도요타’에 대한 신뢰를 잃은 탓이다.
지난달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4’는 3주 만에 300만 대가 팔릴 정도로 인기다. 그런데 수신불량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일명 ‘안테나 게이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케빈 터너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아이폰4는 MS의 비스타가 될 수 있다”고 비꼬았다. 비스타는 MS에 실패를 안겨준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고란과 도란도란

여론이 들끓자 16일(현지시간)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는 서두에서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 우리도 사람(human)이다. 스마트폰도 완벽하지 않다”며 아이폰4의 수신 불량 피해를 본 고객에게 사과했다. 무료 케이스를 나눠주고 그래도 불만이 있다면 환불해 주는 것으로 결론 냈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안테나게이트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애플빠’ ‘잡스교’라 불릴 정도로 공고한 애플과 잡스에 대한 신뢰는 여전한 것 같다. 이날 애플 주가는 0.62% 하락하는 데 그쳤다. 애플이 속한 나스닥지수는 3.11% 떨어졌다.

신뢰를 잃은 기업과 경영자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네오세미테크는 연초만 해도 태양광 테마 대표주자였다. 시가총액이 4000억원에 달했다. 한국거래소가 5월까지 코스닥 기업이 따낸 공급 계약액을 집계한 결과에서 네오세미테크는 2871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우회상장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의심돼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신뢰를 잃은 탓에 돈이 돌지 않아 지난달엔 급기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CEO를 만나 본 뒤 미덥지 않아 한창 잘나가던 그 회사 주식을 다 팔아버린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CEO가 못 미더운 기업엔 투자를 않는다는 게 원칙이란다. 내가 투자한 기업과 CEO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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