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종족들 '得音의 목소리' 전주서 뽐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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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인간의 목소리가 빚어내는 노래는 사람들을 감동과 흥분으로 이끈다. 구성진 판소리 가락에서 서울 시청앞 광장을 가득 메웠던 월드컵의 함성에 이르기까지. 인류 최고(最古)의 악기인 동시에 가장 섬세하고 유연한 악기인 목소리는 그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의 인격과 정서, 삶에 대한 태도를 진솔하게 드러낸다. 21세기 음악이 결국엔 인성(人聲)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하는 메레디스 몽크 같은 전위 예술가도 있다. 가사의 전달에 치중해오면서 잃어버린 목소리 자체의 신비스런 힘을 되찾아간다는 분석이다.

인간의 목소리가 주인공인 축제가 열린다. 국내외 1백56개팀이 참가하는 '2002 전주세계소리축제'(이하 소리축제·8월 24일~9월 1일)가 손님 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 축제의 캐치프레이즈는 '소리 사랑 온누리에'. 목소리로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음색을 세계 각국의 종족음악 등에서 두루 찾아보자는 취지다. 가사의 문화적 장벽을 넘어 목소리의 원초적인 힘을 느껴볼 수 있는 축제다.

올해부터 총감독을 맡은 연출가 임진택씨는 "골고루 차리되 남는 음식은 없도록 알차게 꾸몄다"고 말한다. 축제 프로그램이 흔히 구색 맞추기, 뷔페식 나열이라고 비판받는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그래서인지 올해 프로그램은 많이 정리된 느낌을 준다.'목소리'라는 큰 주제 아래 국내외 합창단이 참가하는 '합창', 몽골·에콰도르·캐나다 등 11개국 민속음악을 소개하는 '미지의 소리를 찾아서', 신인부터 명창까지 두루 출연하는 '집중기획 판소리' 등으로 꾸몄다.

소리축제의 진수라 할 '집중기획 판소리'는 서로 다른 유파와 계보를 잇고 있는 명창과 그 제자들이 꾸미는 '판소리 명창명가', 안숙선·김일구·정정민 등 국내 최고 명창들이 닷새 동안 번갈아 출연하는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 등으로 꾸며진다.'명창 등용문''득음의 경지-완창 발표회'도 눈길을 끈다.

특별 초청 프로그램으로는 중국 최고의 공연단이라는 '돈황예술극원'이 중국 당나라 시대의 음악과 춤을 화려한 의상과 정교한 무대로 복원한 '돈황악무', 티베트의 명상 음악가 나왕 케촉과 대금·생황·단소 등의 협연이 관심을 모은다.

판소리에 비길 수 있는 중국·인도·몽골·일본 등 아시아 4개국의 1인 구비서사요(口碑敍事謠)도 비교 감상할 수 있다.

창작 음악극도 공연된다. "제비 몰러 나간다"를 관객과 배우가 함께 부르며 시작하는 창극 '비가비 명창 권삼득'(전북도립국악원), 작고한 최명희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음악극 '혼불'(전주시립예술단) 등 창작극도 무대에 오른다.

특히 '혼불'은 1930년대 전주·남원을 배경으로 어둡고 억눌린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라 전주 공연의 의미가 뜻깊다.

하지만 옥에 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오페라단의'아빠 나 몰래 결혼했어요', 안데스 민속음악 그룹 시사이, 국악동화'심청아 나랑 놀자' 등은 지난 5~6월 서울·대전·인천 무대에 올랐고 체코 보니 푸에리 합창단은 8월 7일 서울 공연을 앞두고 있어 참신성이 반감된 느낌이다.www.jsf.or.kr. 063-280-3324.

이장직·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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