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수로요원 25명 남한 연수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지난 2일부터 대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교육을 받아온 북한 핵안전규제요원 25명이 일정을 마치고 27일 평양으로 귀환했다.

북한 함남 금호지구(신포시)에 건설 중인 경수로(輕水爐)발전소의 운영을 감독할 정부요원들인 이들은 빡빡한 교육일정을 소화하느라 구슬땀을 흘려야 했다.

본래 7주 과정의 교육을 3주로 압축하는 바람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점심시간을 빼곤 하루 8시간의 스파르타식 강의·실습을 받았다. 제헌절인 17일에도 쉬지 못했고, 수료식이 있은 26일도 오전까지 교육을 강행했다.

단장인 김영일 핵안전감독위 국장 등은 "바람이나 쐬어라"는 우리 측 권유에도 지난 13일 북한 경수로의 모델 발전소인 울진원전을 돌아본 것 말고는 외출도 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새벽까지 강의내용을 복습하느라 숙소의 불이 꺼지지 않는 등 선진 원자력 기술에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며칠에 한번씩은 준비해온 들쭉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르는 등 스트레스를 풀려는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교육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이들과 남한 교수진의 의사소통.

원자력 관련 전문분야의 용어가 서로 달라 어려움을 겪은 북측 교육생들은 영한사전과 관련 전공서적의 제공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 교육생은 강의 중 남측 교수가 영어식 표현을 자주 사용하자 "업그레이드가 뭡네까"라며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 관계자들을 당혹케 했다.

"이게 다 남조선이 지은 것이냐"라며 원전설비는 물론 교육훈련센터의 시설 수준에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안전기술원 측은 당초 시험결과를 토대로 '이수'와 '수료'로 구분하려 했으나, 종합평가 결과를 북측에 통보만 하는 쪽으로 정했다. 대체로 학습 분위기가 진지했지만, 몇몇은 원자력에 문외한인 '이상한 교육생'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서해교전 직후 남한에 왔지만 이들은 교전사태나 북측 유감표명 등에는 입을 다물었다.

신문·TV로 사정을 훤히 알 수 있었지만 "이번 방문은 경수로를 제공하는 국제기구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의 사업이란 점을 분명히 하려는 것으로 보였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이번 교육이 끝남에 따라 지난 6월부터 금호지구 부지에서 훈련 중인 북한 경수로 운영요원 1백23명도 10월 이후 고리·울진 원전에서 직무훈련(OJT)를 받게된다.

지난달 말 현재 22%의 종합공정이 진행된 대북 경수로 건설사업은 다음달 7일 금호지구에서 본체공사 콘크리트 타설작업이 이뤄지면서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