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공영제 실천이 과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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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앙선관위가 올 대통령선거를 사실상 완전 선거공영제로 치르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유권자 동원 탓에 돈이 많이 드는 정당연설회를 없애고 정책·인물 검증에 치중하는 TV토론회 등 미디어 선거로 바꾸도록 했다. 음성 정치자금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1백만원 이상 기부 때 수표 사용 의무화 등 획기적인 감시장치도 담았다. 우리 정치의 과제인 돈 덜드는 선거문화를 위한 수단과 방법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선관위가 대안을 마련해준 만큼 이번에는 정치권이 구체적인 작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비용을 국가가 부담할테니 후보들은 돈 걱정하지 말고 깨끗한 선거에 매달리라는 게 선거공영제의 취지다. 그 대신 개별 후원금을 줄이고 그 창구를 투명하게 만들라는 것이다. 문제는 정치권이 공영제 확대에는 환영하면서 그 전제인 후원금의 깨끗한 조달과 확인 문제엔 딴전을 피운다는 점이다. 자금세탁 방지법의 계좌추적권에 대해 정당 가릴 것 없이 반대한 것은 실감나는 사례다. 정치권이 선관위의 투명성 확보장치를 받아들일지가 국민은 미덥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공영제 확대로 재미를 보면서도 후원금의 뒷거래는 그대로 두는 '꿩 먹고 알 먹고'식의 자세를 취해선 안된다.

대선 자금은 권력부패를 낳는 원죄다.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정치 탈선과 특혜, 유착과 연고주의의 병폐가 뒤따른다. 선관위 방안은 이런 악순환를 막기 위한 파격적인 것이다. 고비용 정치구조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꼽혀온 중앙당사를 없애는 것도 들어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돈이 많이 드는 선거풍토를 깨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금의 투명성과 야당활동 위축 논란, 미디어 선거에 익숙하지 않은 유권자 행태도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공영제 확대와 국민 조세부담 증가의 적정수준을 정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지만 정치개혁과 부패청산은 시대의 요구다. 여야 후보들이 앞장서 이 문제의 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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