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레드'세계 패션계 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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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지난 11일 이탈리아 로마 중심가엔 때아닌 '붉은 악마'가 출현했다.

스페인 계단에서 열린 한 야외 패션쇼에서 이탈리아 디자이너 가이 마티올로가 '붉은 악마 이브닝 드레스'를 선보인 것.

마티올로는 몸에 달라붙는 화려한 붉은색 원피스에다 애교스런 빨간 뿔을 결합해 한눈에도 '붉은 악마'임을 드러낸 이 의상으로 집중적인 주목을 받았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이처럼 '붉은 악마'물결은 계속되고 있다.

월드컵 기간 중 붉은 악마에게 영감을 받은 각국의 패션·뷰티업계 종사자들이 붉은 악마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미용계에 불고 있는 월드컵 후폭풍이 빚어낸 '코리안 레드'열풍은 여름을 넘어 가을까지 그 인기가 이어질 조짐.

당초 짙은 보라색 혹은 브라운 등을 가을 유행색으로 점쳤던 화장품 업계는 붉은색의 인기가 지속됨에 따라 '레드 메이크업'제품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샤넬은 아예 한국의 월드컵 열기를 기념해 태극의 붉은색을 띄는 립스틱을 내놓았다.'루주 드 서울(서울의 붉은색)'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립스틱은 1만개 미만으로 한정 생산되며, 10월 중순부터 한국에서만 판매된다. 샤넬이 한국인을 위한 제품을 만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샤넬은 '루주 드 서울'립스틱 발매에 맞춰 붉은색을 주제로 한 대대적인 메이크업 쇼도 함께 열 계획이다.

미국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 로더 역시 붉은 악마를 떠오르게 하는 다양한 레드 립스틱 3~4종과 파운데이션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 업계에도 붉은 바람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제일모직의 캐주얼 브랜드 'FUBU'는 하반기에 생산하는 제품 중에 붉은색을 10% 늘리기로 했다.

월드컵 기간에 지난해에 비해 30~40% 이상 많은 빨간색 티셔츠를 판매한 코오롱의 스포츠 캐주얼 브랜드 '헤드'역시 가을 상품 중 붉은 옷의 비율을 15~20% 정도 늘릴 계획이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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