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문가들 美증시 시각差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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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달 들어 폭락세를 보였던 미국 주식시장이 24일(현지시간) 급등, 미국 증시의 바닥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이날 다우존스 지수는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하루 상승률로는 최고치인 6.4%(4백88.95포인트)를 기록하며 8,000선을 단숨에 회복했다. 또 뉴욕거래소는 사상 최대 거래량 기록(27억7천만주)을 경신했다.

낙관론자들은 이날 주가 상승폭과 거래량 등을 감안할 때 다우존스 지수는 이미 바닥을 찍었거나 최소한 바닥에 바짝 다가섰다고 주장한다. 크게 오르지는 못하더라도 더 이상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미국 주식시장에서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바닥에 대한 확신을 했기 때문"이라며 "더 이상 대규모 회계 부정과 같은 악재만 없다면 다우지수는 8,000선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증권 오재열 투자전략가도 "미국 증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전환점을 앞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 증권 전문 주간지인 배런스는 최근호에서 "1990년대 중반 이후 지금처럼 주식시장이 매력적일 때는 없었다"며 "투자자들은 지금 주식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보도했다. 배런스는 2000년 3월 인터넷 기업(닷컴) 붕괴를 전망하는 보도로 세계 주식 전문가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바 있다.

낙관론자들은 이같은 분석의 근거로 기업 실적에 비해 주가가 싼 점을 내세우고 있다. SK증권 吳투자전략가는 "주가의 고·저평가 정도를 측정하는 분석 모델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모델'에 따르면 미 주가는 이달 초부터 저평가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저평가 국면에 접어들면 3개월 안에 주가가 반등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비관론자들은 회계 부정으로 미국의 기존 체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하루아침에 가시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증권 정태욱 상무는 "미국 주식시장은 단순히 투자 심리가 나아진다고 해서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며 "대규모 기업투자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기술과 생산성 혁신 등 구조적인 해결책이 나와야만 증시는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관론자들은 또 미국 증시 폭등에도 불구하고 25일 일본 증시는 오히려 하락했고, 서울 증시도 외국인의 대규모 선물·주식 매도로 소폭 상승에 그친 점을 거론한다. 아직 미국 증시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미국 리먼브러더스 증권의 매튜 존슨은 "상황은 하나도 변한 게 없다"며 "아직 투자자들은 회계 부정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미국 경제는 여전히 허약하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과거 폭락기에도 주가가 한 차례 큰 폭으로 오른 적이 있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의 잘못된 희망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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