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소 한꺼번에 둘러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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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장맛비가 쏟아지던 23일 서울 덕수궁 정류소에 도착한 시티투어 버스의 좌석은 절반 이상 차 있었다.

영어 통역 도우미 최경미(27·여)씨는 "월드컵 기간보다 외국인 손님이 줄긴 했지만 가족 단위 손님이 부쩍 늘었다"며 "주말에는 34개 좌석이 꽉 차 서서 가야할 정도"라고 말했다.

남대문시장에 이르자 서울에 거주한지 2년째인 호주인 유학생 로한 엥글랜드(31)가 고향에서 방한한 친구들에게 "이곳이 서울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이라고 소개했다.그는 "지하철 대신 시티투어 버스를 타면 길거리 풍경도 즐기면서 서울의 대표적인 곳을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중국어 통역 도우미인 이혜원(24·여)씨에 따르면 시티투어 버스를 찾는 외국인들은 미국이나 유럽 관광객이 많지만 최근에는 일본인 배낭여행객도 자주 이용한다. 중국인은 단체관광이 많아 이용객이 적다.

이태원에서 쇼핑을 마치고 버스에 오른 일본인 시모노 가즈히데(32)는 "일본의 시티투어 버스 요금은 5천엔(약 5만원)으로 너무 비싸다"며 "저렴한 가격으로 서울의 유명한 곳을 모두 가볼 수 있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시티투어 버스 용도도 다양해졌다. 남산 서울타워까지 택시를 타거나 걸어서 올라갔던 관광객 중에는 이 버스를 타고 내려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1회 이용권이 3천원이어서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남산을 내려오는 버스가 항상 만원이다.

최근에는 피서 겸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도 눈에 띈다. 시티투어 버스 가이드인 이미호(41·여)씨는 "냉방이 잘되고 좌석도 편한 데다 2시간 가량 소요돼 데이트 코스로 이용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시티투어 버스가 3년 만에 서울의 명물로 자리잡으면서 코스도 늘어나고 있다.

시티투어 버스 사업자인 허니문여행사의 장민(30)대리는 "처음에는 도심코스만 있었지만 이제는 코스가 네개로 늘었다"며 "오는 9월부터 예술의전당·코엑스몰·잠실운동장·올림픽공원 등을 거치는 강남 코스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통역요원 겸 가이드의 전문화와 홍보책자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호주에서 온 로즈 마치(31·여)는 "가이드와 의사 소통이 완벽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며 "승차 때 나눠준 지도가 너무 간단해 지도만 가지고는 어디에서 내려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영어를 사용하는 가이드에 비해 일본어 가이드가 거의 없는 것도 문제다. 시모노는 "일본어 통역을 배치하든가, 일정한 시간에 차를 타면 일본어 가이드를 만날 수 있도록 정해 놓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시티투어 버스는 광화문의 동화면세점 앞에서 오전 9시부터 밤 11시30분까지 30분마다 출발한다. 도심순환 코스는 2시간, 월드컵코스와 야간코스는 2시간30분, 고궁코스는 1시간이 소요된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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