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대마, 살기만해선 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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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제5보 (101~122)=101에 두자 102로 차단한다.103엔 104로 파호. 曺9단의 대군은 포위망을 압박하고 李3단은 핏발 선 모습으로 좌충우돌, 혈로를 열고 있다. 그러나 포위망은 멀고 아득해서 흑은 여전히 백의 세력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105로 기어나왔을 때 曺9단은 이쪽보다는 좌측이 불안하다고 느꼈는지 106으로 철책을 쳤다. 하지만 검토실의 윤성현8단은 '참고도' 백1에 두는 것이 좀더 강력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106은 지나친 안전책이라는 것.

어려운 장면이다. 돌들은 삼밭처럼 얽혀 있고 눈앞은 안개가 자욱하다. 아직 생사는 보이지 않는다.

한가지 명백한 것은 대마는 백이 A에 두면 끊어진다는 사실. 따라서 흑은 107로 수비했고 백도 108 지켰는데 이때 등장한 109가 한줄기 서광 같은 수여서 결국 117의 절단을 얻어낼 수 있었다.

117에 손빼면 흑B가 있다. 그래서 118 지켰고 그 틈에 흑도 좌변 백을 압박하며 119와 121을 선수할 수 있었다. 길고 난해하기 짝이 없는 공방전 끝에 드디어 대마는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있다. 그러나 李3단은 선뜻 삶의 길로 나서지 못한다. 이유를 설명하면 이렇다.

1)대마는 아직 살지 못했다. C든 어디든 둬서 살아야 한다. 2)그러나 대마가 사는 순간 백에게 D를 당하면 흑은 진다. 3)따라서 흑은 대마도 살고 백D도 막는 수를 찾아야 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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