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살아나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8회말 마운드를 내려오는 박찬호(29·텍사스 레인저스)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당당히 고개를 들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박찬호에게 정신적 스승이자 투수코치인 오럴 허샤이저는 다정하게 어깨를 껴안았고, 고집 세기로 유명한 외야수 후안 곤살레스는 타석에 나가기 전 박찬호에게 먼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올시즌 최고의 투구를 선보이며 에이스의 위용을 되찾아가고 있다.

박찬호는 22일(한국시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8이닝 동안 5안타·4볼넷·2실점했다.

9회 2-2 동점에서 교체된 박찬호는 팀이 연장 12회에서 7-3으로 승리하는 바람에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고 방어율은 6.75로 낮췄다.

올시즌 가장 많은 1백31개의 공을 던진 박찬호는 세게임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기록, 구위가 회복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레인저스는 연장 12회 5안타를 집중시키며 5득점, 최근 8연패의 사슬을 끊어냈다.

박찬호의 출발은 다소 불안했다. 1회초 후안 곤살레스의 선취 2점홈런으로 2-0 리드를 업고 등판했으나 첫타자를 몸맞는공으로 내보낸 뒤 3루타와 내야땅볼로 2실점했다.

지난 4월 2일 개막전에서 맞대결을 펼쳐 박찬호에게 시즌 첫패를 안겼던 좌완 마크 멀더가 1회 2실점 이후 8회까지 박찬호와 나란히 0의 행진을 벌이자 박찬호는 감독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마운드를 지켰다.

박찬호는 "모든 것이 다 좋았다. 약간 쌀쌀한 날씨가 집중하는데 도움이 됐고, 와인드업 때 글러브를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변화를 줘 밸런스를 잡았다"고 말했다.

김종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