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격 시나리오 고민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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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이 검토 중인 이라크 공격 시나리오는 대충 두 가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군 25만명이 투입되는 대규모 작전과 '공중전+반군 활용'으로 요약되는 중간규모 작전, 둘 중 하나가 채택될 가능성이 커요.

대규모 작전은 42만명에 달하는 이라크의 군사력을 고려할 때 최소한 20만~30만명의 미 지상군이 필요하다는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계산에 근거한 것입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를 토대로 ①이라크 인근 8개국의 미군기지에서 발진한 전폭기 편대가 이라크의 군사시설을 초토화하면 ②공군기에서 투하된 특수부대가 교두보를 확보하고 반군을 규합한 뒤 ③쿠웨이트·터키·요르단에서 대기 중인 중무장 대병력이 이라크 국경을 넘어 바그다드로 진격한다는 작전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제2의 걸프전'급인 이같은 대형 공격이 실행되면 이라크군과 민간인 사망자는 1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어요. 그러나 미군측 희생자도 수천명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세계에 흩어진 미군 25만명을 이라크 주변에 모으려면 최소 석달은 걸린다는 게 이 작전의 약점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주로 공중전만 펼치고 지상전은 이라크 내 반정부 세력을 이용한다는 '아프가니스탄 전쟁'형 중간규모 작전도 검토 중입니다. 이라크에 잠입한 미 특수부대로부터 훈련받은 반군이 미 공군의 엄호 아래 이라크 남부의 버려진 공군기지를 장악하고 바그다드로 진격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이 경우 5만명 정도의 미군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이동기간이 한달 이내로 짧아지고 희생자도 줄어듭니다.

그러나 이라크엔 아프가니스탄의 북부동맹같은 강력한 반군세력이 없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반 후세인 세력인 쿠르드족과 시아파 이슬람세력이 무장조직을 갖고 있지만 전력이 약한 데다 쿠르드족은 미국의 동맹국인 터키와 독립투쟁을 벌이고 있고, 시아파는 미국의 또 다른 적국인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어 미국과 동맹을 맺기가 껄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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