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새해 특집] 유망 금융상품 5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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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올해 가장 유망한 금융상품으로 '적립식 펀드'가 꼽혔다. 은행.증권.보험 업종의 재테크 전문가 5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21명이 적립식펀드를 추천했다. 19명은 해외펀드(해외 펀드오브펀드 포함)를, 8명은 변액보험을 지목했다. 부동산펀드 등 실물펀드는 6명의 추천을 받았고, 주가연계상품(ELS)은 5명이 선택했다. 반면 채권형펀드나 특판예금 등은 뒤로 밀렸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올해의 금융상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초저금리'를 꼽았다.

*** 변액 보험 '보장성'+ 펀드 '수익성'

'투자형 보험상품'으로 돌풍을 일으킨 변액보험의 매력은 올해도 여전할 전망이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로 일반 보험상품에 적용되는 금리(예정이율)도 4% 안팎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변액보험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의 일부분으로 최소한의 보장을 제공하고 나머지를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여기서 난 수익으로 원금을 불려간다. 펀드와 운영방식이 비슷하다. 확정금리가 보장된 일반 보험보다 안정성은 떨어지지만 요즘 같은 저금리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1년간의 변액보험 수익률은 상품별로 연 2.5%에서 11.86%까지 다양하지만 평균 7.07%를 기록해 은행 예금 금리보다 높았다. 이 때문에 변액보험 판매액은 처음 등장한 2001년 70억원에서 지난해 4~10월 7967억원으로 급증세를 타고 있다.

변액보험은 상품 형태에 따라 변액종신.변액연금.변액유니버설 등 세 가지로 나뉜다. 또 운용방식에 따라 채권에만 투자하는 채권형과 주식을 일부 편입하는 혼합형으로 나뉜다.

나현철 기자

*** 해외펀드 : 초저금리에 해외 투자처 발굴

"저금리 기조가 계속된다면 투자대안은 해외다."

슈로더 투신운용의 이상철 마케팅 이사는 "지난해엔 투자자들이 저금리에 적응하는 상황에서 로또에 기대하는 심정으로 ELS를 찾거나 3~4%대의 은행 특판예금에 만족하기도 했지만, 투자대안이 계속 없다면 결국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11월 국내 운용사들의 해외투자 펀드 규모가 5조5660억원으로 연초보다 두배 넘게 늘었다. 여기다 해외운용사들의 펀드까지 합치면 전체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달러 대비 원화강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비달러화 자산 비중이 큰 해외펀드를 추천하고 있다. 국민은행 아시아선수촌 PB센터 심우성 팀장은 올해 유망한 상품으로 동유럽.라틴아메리카.이머징 펀드를 꼽았다. 또 해외 각국의 펀드에 분산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해외 펀드오브펀드도 지난해 말부터 급성장하면서 올해 히트를 예감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투자 붐에 따른 문제도 없지 않았다. 지난해엔 브릭스(BRICs)펀드나 일본 펀드 등에 자금이 일시 몰렸다가 수익률이 좀 떨어지자 확 사그러들기도 했다. 또 원-달러 환율이 계속 떨어질 경우 달러 표시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는 환차손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윤혜신 기자

*** 적립식펀드 : 어린이·결혼자금 펀드 등 특화된 펀드들 인기 끌 듯

올해도 적립식펀드의 투자 열풍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적립식 투자의 전성시대가 화려하게 펼쳐질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지난해 적립식펀드는 저금리 기조 아래서 은행 예금의 매력이 떨어지고, 증시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틈을 타 단번에 1조원을 넘는 자금을 끌어모았다.올해는 기존 계좌만으로도 매월 평균 2000억원 정도씩 자금이 들어올 전망이다. 새로 생길 계좌까지 감안하면 증시의 적립식펀드 잔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적립식펀드는 다달이 일정금액을 적금 붓듯 넣는 투자 방식에다,주가가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평균 매입단가를 낮춰갈 수 있다는 점 등이 매력 포인트로 작용했다. 여기에 '1억만들기''3억만들기'등의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업계의 공격적인 마케팅도 한몫했다.

랜드마크의 이종우 마케팅본부장은 "2004년이 적립식 상품의 시장 도입기였다면, 새해엔 증권사와 은행 등 모든 판매기관의 공격적인 판매 노력이 가세해 급성장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이민성 PB는 "투자형 상품은 은행으로서도 일반 상품보다 몇배나 많은 수수료 수입이 남기 때문에 사활을 걸고 판매에 나설 것"이라 말했다.

전문가들은 새해엔 보다 전문화된 적립식 펀드들이 인기를 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시장에선 연령대별로 주식 편입비중을 달리하는 펀드, 배당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 펀드 등 다양한 실험들이 진행 중이다.

미래에셋투신운용의 이철성 마케팅본부 이사는 "새해에는 어린이 대상 펀드, 대출연계 펀드, 창업자금 마련을 위한 펀드, 결혼자금 마련 펀드 등 특화된 펀드들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적립식 해외펀드도 주목을 끌 것으로 꼽았다.

이르면 올 12월 도입될 퇴직연금(기업연금)제도는 적립식 펀드시장의 경쟁을 한층 뜨겁게 할 요인이다. 기업연금시장을 노리는 운용사들로선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좋은 적립식 펀드를 운용해 본 경험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증권.투신운용업계에선 적립식 투자 열풍에 대해 지난 몇년간 주식투자에 실패하고 시장을 떠났던 개인들이 간접투자를 통해 시장으로 되돌아오는 신호로 보고 있다.

대우증권 자산관리본부 조성준 상무는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적립형 펀드가 보편화된 것은 건전한 주식투자 문화 형성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윤혜신 기자

*** 실물펀드 : '발상의 전환' 선박펀드 강세

실물펀드는 지난해 '틈새상품'의 성격을 갖고 선을 보였다. 채권형펀드는 이제 수익률이 성에 차지 않고, 그렇다고 주식형펀드를 선택하자니 투자위험이 걱정인 사람들을 겨냥해 얼굴을 내밀었다. 실물펀드는 안정성과 더불어 은행예금 금리를 뛰어넘는 수익성이 강점이다.

인기는 폭발했다. 실물펀드의 대표주자격인 부동산펀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모습을 드러낸 지 6개월 만에 21개 펀드가 쏟아져 7920억원어치가 팔렸다. 부동산 경기는 침체돼 있지만,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선박펀드 역시 인기 상한가였다. 시중 자금을 모아 선박을 산 뒤 빌려주고 받는 임대수수료 수입이 선박펀드 수익의 원천이다. 지난해 3월 대우증권의 동북아1호 펀드 이후 1500억원 가까이 팔렸다. 지난해 12월 삼성증권과 LG증권이 공동판매한 아시아퍼시픽2호는 청약 경쟁률이 44대1을 기록하기도 했다. 연 5.8~6.5%의 고정수익과 2008년까지 주어지는 비과세 혜택 등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올해도 다양한 실물펀드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1월에 출시될 선박펀드만 아시아퍼시픽 4~8호와 동북아 8호 등 6개에 달한다. 한투증권 박미경 고객자산관리부장은 "실물펀드의 경우 자신의 포트폴리오와 환금성 등을 감안해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 주가연계상품 : 원금 보존하며 파생상품에 투자

주가연계상품(ELS.ELF.ELD)은 2004년의 또다른 히트상품이었다. 은행.증권.투신은 경쟁적으로 ELS를 쏟아냈다. 채권투자를 통해 원금 수준을 지키면서도 거기서 나오는 이자로 파생상품에 투자해 고수익을 노리는 구조였다.

저금리에 실망한 투자자들은 '작은 위험'에 '고수익 기회'가 부여된 주가연계상품에 매력을 느꼈다.

2004년 한해 ELS와 ELF에만 8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몰렸다.

주가연계상품은 지난 1년간 빠르게 진화했다. 종합주가지수의 등락에 연계했던 1단계에서 출발해 개별 우량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2단계를 거쳐 조기상환 기회를 부여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최근엔 기초자산으로 삼는 우량주 수가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ELS의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된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저금리 상황이 지속될 올해도 ELS는 노려볼만한 상품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영업이 활발해지면서 해외 주가지수나 해외 우량종목에 연계한 ELS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ELS 구조가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어느 정도 원금을 까먹을 우려가 있는 상품도 있다.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는 우량주들이 다양해지면서 그 종목 주가 변동에 따른 위험도 있을 수 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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